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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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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의 칸몬해협은 일본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칸몬해협은 일본의 혼슈와 큐슈 사이에 있는 좁은 바닷길로서 가장 좁은 곳은 불과 700미터에 불과하다. 세토나이카이를 지나 동중국해로 나가는 모든 배는 이 칸몬해협을 지나야 하며 따라서 칸몬해협을 지배하는 자가 일본의 대외 교류를 지배하는 자가 됐다. 메이지유신을 이룬 양대 세력 중 하나인 죠슈번이 그렇게 강대한 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이 칸몬해협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칸몬해협에서는 두 차례의 매우 중요한 전쟁이 있었다. 첫째는 단노우라 전투다. 이 전투는 겐지(源氏)와 헤이시(平氏)사이의 오랜 전쟁의 종지부를 찍은 전투였다. 겐지는 어린 안토쿠 천왕을 품고 있던 헤이시를 칸몬해협에서 무찌르고 가마쿠라 막부를 열었다. 전투에 패한 헤이시는 멸망했고 8세였던 안토쿠 천왕은 외조모의 품에 안겨 칸몬해협에 투신했다. 단노우라 전투는 천왕의 시대를 끝내고 무사의 시대를 연 전기가 됐다.
두 번째 전쟁은 1863년 7월과 1864년 9월 두 차례에 걸친 시모노세키 전쟁이다. 에도막부는 페리제독이 이끄는 미국 함대의 압박으로 개항을 했다. 그러나 개항 이후 은과 자원의 유출로 경제적 혼란이 일어나자 죠슈번을 중심으로 존왕양이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에도막부는 존왕양이파의 요구를 수용해 개항했던 항구를 다시 폐쇄하고 외국인의 퇴거를 강행했다.
존왕양이파의 중심이었던 죠슈번은 칸몬해협을 봉쇄하고 항구에 정박해 있던 미국과 프랑스, 네덜란드의 상선에 포격을 가해 피해를 입혔다. 이에 미국 전함이 죠슈의 군함을 공격해 1차 시모노세키 전쟁이 발발하였다. 이 전쟁으로 죠슈번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 전쟁에도 불구하고 에도 막부 내부에서 양이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의 4개국은 양이정책을 거두어들일 것과 항구를 다시 개항할 것을 에도 막부에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4개국 함대는 다시 시모노세키를 포격함으로써 양이 정책을 대표하는 죠슈번을 공격했다. 큰 피해를 입은 죠슈번은 칸몬해협에서 4개국이 요구하는 5개 조항을 받아들임으로써 종전을 할 수 있었다. 시모노세키 전쟁 이후 죠슈번은 양이만으로는 시대를 극복할 수 없고 서구의 제도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만 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결국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적인 국가의 시대를 열었다.
한편 단노우라 전투에서 바다에 투신한 안토쿠 천왕을 배향하기 위해 칸몬해협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아카마(赤間)신궁이 건립됐다. 아카마 신궁의 정전 앞에는 물이 가득찬 저수지가 조성돼 있다. 안토쿠는 칸몬해협에서 용이 됐다고 생각하며 이 용이 아카몬 신궁에 오려면 물이 있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감은사를 떠올린다. 문무대왕은 자기가 죽으면 동해 바다에 장사지내달라고 유언했다. 동해바다에서 용이 돼 왜구의 침략으로부터 신라를 지켜주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감포바다에는 문무대왕의 능이라고 전해지는 바위(대왕암)가 있고 그 바위가 바라보이는 곳에 감은사라는 절이 있다. 비록 감은사는 두 개의 석탑만 남은 채 사라졌지만 본당의 유구는 남아 있다. 이 유구를 통해서 보면 감은사 본전은 물 위에 세워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감은사 앞을 지나는 하천을 통해 감포바다와 감은사는 물길로 이어져 있다.

아카마 신궁과 감은사는 바다에서 용이 된 왕과 그 왕을 기리는 종교시설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카마 신궁이 왕 개인을 기리는 것인 반면 감은사는 나라를 지킨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서로 다른 나라와 지역에 전해지는 전승 사이에는 이렇게 유사성과 고유성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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