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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0일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장 보유자인 추용호 장인이 공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미 추용호 장인의 주검은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장례는 부검 및 행정 절차를 거쳐 치러질 예정이다.

소반장은 소반 제작 기술자를 일컫는 말로, 소반은 작은 밥상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는 나주소반, 해주소반에 이어 통영소반이 3대 소반으로 꼽히는데, 특히 통영소반은 아름다운 무늬가 있는 목재를 사용하거나 나전으로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
일찍이 아버지 추웅동 장인으로부터 소반 제작 기술을 배웠던 추 장인은 기술을 이어받을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다만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주문을 받아두고 제작하지 못한 건에 대해서만 제작을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은 것을 계기로 소반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발전시켰다. 그렇게 2002년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제24호로, 2014년엔 아버지에 이어 인간문화재로 지정됐다.
소반 기술에 더해 장인의 공방은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 12공방 중 마지막으로 남은 공방으로서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지어진지 무려 150년을 훌쩍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공방은 기본 구조와 흙벽으로 된 내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점을 인정받아 문화재청으로부터 국가등록유산 제695호로 지정됐다. 다만 2011년 도로 확장 공사를 진행하던 통영시가 공방 철거를 추진했는데, 장인이 잠시 외출한 틈을 타 소반을 만드는 도구를 모두 들어낸 다음 대문에 못질을 해서 출입을 통제했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장인은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도로를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확장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전은 피할 수 없었고 결국 장인은 공방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망 경위는 이와 같은 짧은 글로는 알기 어려우나, 주검이 발견됐을 당시 이미 부패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은 고인이 그동안 얼마나 외로운 싸움을 했을지 감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영소반의 명맥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점도 미지수다. 국내 무형유산은 후계자가 없으면 장인의 사망과 동시에 소멸되어 버리고 역사적 유적지는 현대의 도시 개발 계획에 부딪혀 철거될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나라 문화재의 현주소다.
불과 4일 전, 국가무형유산 ‘구례향제줄풍류’ 이철호 보유자가 노환으로 별세했다. 전남 구례 지역에서 전승되는 기악곡인 ‘구례향제줄풍류’는 현재 고인의 딸이 전승 교육 중에 있다. 무형문화재 기술은 전수받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하여도 전승 구조 내에서 보유자가 되기까지는 평균 20년이 소요되고, 그 과정에서는 작품 판매가 용이하지도 않은데 생계유지 지원금도 주어지지 않아 도중 포기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더욱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종목의 기준을 두고도 모호한 점이 많아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더라고 끝내 지정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후계자가 없다는 이유로, 전승 과정이 지난하다는 이유로, 혹은 무형문화재 지정 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형유산을 비롯해 역사적 가치를 지닌 오랜 문화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단순히 무형문화재를 지정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는 점에 입각해 시와 도는 전승활동 및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구축,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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