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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제주도 사람들의 생활은 마을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육지(제주도를 제외한 한국을 일컫는 제주도 용어)에서는 친족집단이 지역집단인 마을보다 더 중요하지만 제주도에서는 그 반대다. 사람을 처음 만나면 어느 마을 사람인지를 먼저 확인한다. 제주 출신 재일교포는 출신 마을을 위해 기부를 하기도 하고, 밀항해 온 젊은이들의 후견자 역할을 기꺼이 감당하기도 했다. 그만큼 제주 사람들의 일상에서 마을은 중요했고 공동체 의식도 강했다.

 

 

그러나 2000년대부터 시작된 제주도를 향한 인구이동은 이런 마을의 성격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육지에서 제주도로 이주한 사람들은 도시에 거주하기도 하지만 마을에 정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들도 제주도에서 생활을 해야 하니 카페, 제과점, 레스토랑 등 자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행히 인터넷의 도움으로 한적한 시골 마을에 매장을 내도 블로그나 SNS 등에서 입소문을 타면 손님들이 스스로 찾아온다. 전국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올레꾼들도 길을 걷다가 길 옆에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을 찾는 일도 많아졌다. 육지 사람들이 제주도에 정착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갖춰진 셈이다.

 

 

육지 사람들이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다. 중국인이 제주도의 토지를 살 수 있게 되면서 제주도의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시골 마을에 작은 땅이나 집을 매입해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또 되팔기도 쉬워 제주도는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도 커졌다. 또한 육지 사람들에게 ‘제주도 한달 살이’를 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제주도 마을의 전통 주택을 사서 리노베이션 하고 이를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지금 제주도 마을에는 육지 사람이 소유한 토지와 주택이 급증하고 있고, 이런 집들은 대부분 육지의 젊은 사람들이 선호할 수 있도록 모던하게 리노베이션 되고 있다.

 

 

그 결과 제주도 마을의 경관이 예전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 개축되거나 보수되는 주택은 생활하는 공간이 아니라 여행하는 도중 잠시 머무는 공간이 됨으로써 기존 주택과 상이한 모습을 갖게 되었다. 마을 주변에 신축되는 건물들은 ‘제주적’이지 않고 도시적인 경관을 갖고 있다. 마을 안에 있던 주택이 카페나 레스토랑으로 변하면서 제주도 마을 경관의 핵심을 이루던 돌담도 사라지고 있다. 손님이 주차하기 편리하도록 담장을 허물고 주차공간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마당의 조경을 예쁘게 해 지나가다가 조경을 보고 카페에 들어오도록 담장을 허무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담장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것이었지만 집이 생활하는 공간이 아니라 영업하는 공간이 됨으로써 안과 밖의 구분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육지사람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인간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마을 사람들은 그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런 긴밀한 관계가 노동교환, 상호 부조, 마을 발전을 위한 공동의 헌신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새롭게 이주한 육지 사람들은 기존 마을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는다. 기존 마을 사람들과 노동교환을 할 필요도, 상호 부조를 할 필요도 없고 마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하던 사업이 계획대로 잘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마을을 떠날 수 있는 것이 이주민이기 때문이다. 반면 육지 사람들에게 집이나 토지를 판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 제주도의 도시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다. 마을 내에서 같은 마을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관광산업은 제주도의 주력 산업이다. 그러나 관광산업이 발전할수록 제주도는 제주다움을 더 잃어가고 있다. 관광 산업에 종사하려는 육지 사람이 늘어나면서, 그리고 관광객의 기호에 부합한 시설이나 건축물들이 더 늘어나면서, 또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제주도는 점점 제주도가 아닌 육지의 다른 지역과 유사해지고 있다. 관광 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제주도 마을을 제주도 마을답게 만들어 가는 지혜가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행정기관과 지역 사회의 고민이 현재는 크지 않은 것 같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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