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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2023년 한국 프로야구는 LG트윈스가 29년 만에 우승하면서 막을 내렸다. LG트윈스의 우승은 또 다른 화제를 남겼다. 선대회장인 구본무 회장이 1994년에 우승했을 때 다음에 우승하면 축하주로 마시겠다고 오키나와의 아와모리라는 술을 3통 준비했으나 28년간 우승을 하지 못하면서 술은 봉인을 해제하지 못했고, 그 사이 구본무 회장은 다시 우승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사망하였다. 구본무 회장이 사망한 지 5년이 지난 금년에 드디어 LG트윈스가 우승하면서 그 봉인을 해제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한국 프로야구도 드디어 스토리텔링을 하기 시작한 것 같다.
오키나와에서 가장 대중적인 술인 아와모리는 오키나와의 전통적인 술로서 증류주이다. 25도에서 35도까지의 아와모리가 많이 소비되지만 40도, 43도 되는 아와모리도 제법 많이 있다. 아와모리는 일본의 소주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일본의 소주는 주로 자포니카 계열의 쌀과 고구마 또는 보리를 하얀 누룩을 이용하여 발효시키고 이를 증류하여 만들지만, 아와모리는 타이 산 안남미를 검은 누룩을 이용하여 발효시키고 이를 증류하여 만든다. 당연히 맛과 향도 서로 다르다. 아와모리도 숙성 기간이 길수록 좋은 술로 평가되며 통상 5년 이상 숙성한 아와모리를 쿠스(古酒)라고 하여 좋은 술로 인정한다. 아와모리를 마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일반적으로는 ‘미즈와리’ 또는 ‘오차와리’라고 하는 방법이다. 맥주잔 정도의 컵에 사각 얼음을 가득 채운 뒤 컵의 절반까지 아와모리를 넣고 나머지 절반을 물 또는 녹차로 채워 알코올 도수와 온도를 낮춰 마신다.
구본무 회장이 아와모리를 축하주로 선택한 것은 오키나와가 우리나라 프로야구 구단의 스프링 캠프장으로 많이 이용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와모리가 오키나와라는 지역의 전통 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해진 바로는 구본무 회장이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LG트윈스를 격려차 방문하였고 그 때 회식자리에서 아와모리를 마신 것이 우승 축하주로 아와모리가 선택된 배경이라고 한다. 아와모리라는 이름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671년 류큐 왕국의 쇼테이 왕이 도쿠가와 막부의 쇼군 도쿠가와 이에츠나에게 바치는 헌상품 목록에 나타난 것으로서 4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아와모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에서 치열한 전투가 일어나면서 거의 모든 아와모리 주조장이 파괴되고 그 이후에 복원된 것이다. 심지어 검은 누룩이 완전히 멸실되어 파괴된 주조장 바닥의 흙을 모아 쌀 위에 뿌려 겨우 검은 누룩을 복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아와모리는 오키나와의 재창조된 또는 만들어진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오키나와는 일본이면서 일본이 아닌 지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일본 대중가요는 ‘엔카’라고 하는데 오키나와에서는 ‘엔카’와는 완전히 다른 자신들만의 전통 노래를 ‘시마우타’라고 한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자신을 ‘우치난츄’라고 하여 일본인과 구별되게 부른다. 주택이나 묘지, 의복, 음식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서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과는 다른 자신들만의 문화를 지키려고 하고 있다. 이는 오키나와가 1879년 일본에 합병되기 이전까지 류큐라고 하는 독립 국가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본에 병합된 이후에도 자신들의 문화를 지킴으로써 류큐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의도적인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역은 지역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킬 때 가장 아름답고 가치가 있다. 오키나와가 일본 본토 또는 더 좁게 동경과 다를 바가 없다면 오키나와는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될 것이다. 지역의 가치는 지역다움을 지킬 때 나타난다. 이런 면에서 아와모리는 오키나와의 정체성을 지키는 주요한 수단이 되어 왔다. 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대학인 류큐대학이 개교 50주년 기념품을 아와모리로 만들고 그 이후 지금까지 학교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선물로 또는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지역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구본무 회장이 아와모리를 우승 축하주로 선택한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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