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미사일 폭격을 하면서 시작된 팔레스타인 전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쟁은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는다.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최소화되어야 하지만 폭탄과 미사일은 군사시설과 학교, 병원, 주택 등 민간 시설을 구분하지 않아 이미 무수히 많은 민간인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모두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는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전쟁의 원인을 국제관계에서 찾는다. 기존의 패권 국가에 도전하고자 하는 새로운 패권 국가가 있을 때 전쟁이 일어나기 쉽다거나 어차피 국제관계는 조정자가 없는 무정부 상태이기 때문에 국가 간 이해 충돌이 발생하면 전쟁이 일어난다고 설명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전쟁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월등히 힘이 강한 국가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상대방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고 따라서 전쟁의 결과도 충분히 예측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가진 힘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거나 전쟁의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때는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커진다. 전쟁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이라고 믿어지기 때문이다.



남미의 오리노코 강 유역에 살고 있는 야노마모 부족은 집단 간 침략이 일상화되어 있어 늘 전쟁의 불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자신들이 얼마나 사나운 사람인지를 늘 과시한다. 자기 부족을 침략하는 부족은 오히려 큰 피해를 당할 것임을 경고함으로써 전쟁을 피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의 전쟁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일어난다.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큰 효과 없이 이렇게 장기화 될 것을 알았으면 러시아의 침공은 유보되었을지도 모른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을 쏜 결과가 이런 많은 민간인 피해를 낳을지 충분히 예측되었으면 미사일 발사는 유예되었을지도 모른다. 전쟁의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쟁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인 셈이다.

 


원시 부족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쟁터로 나가기도 한다. 자신들이 당한 폭력에 대한 복수, 경작지에서의 돼지 살해, 영토를 침입하여 짓밟는 행위, 마술로 사람을 죽게 하는 것 등이 전쟁의 원인이라고 이들은 설명한다. 그러나 이런 행위들이 전쟁의 원인이라기보다는 이런 행위에 대한 보상을 받을 길이 없을 때 전쟁이 일어난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중재자가 없는 부족 간 관계나 국가 간 관계에서 대안이 없는 막다른 길로 몰아가는 것은 그래서 전쟁의 원인이 되기 쉽다.



종종 전쟁은 아주 비합리적인 이유나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번 시작된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전쟁에 패한 결과는 너무 치명적이기 때문에 전쟁을 하는 동안 당사자들은 전쟁의 원인이나 명분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우선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전쟁은 더 치열하고 비인간적으로 진행된다. 그리고 그 결말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전쟁은 시작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국가 간 이해가 상충하더라도 전쟁이 문제 해결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쟁의 결과가 자신에게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 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방을 대안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지는 않아야 한다. 결국 공존을 지향하는 지혜가 평화를 유지하는 비결이다.

 


원본: 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05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