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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한국저작권위원회

 

스페인에서는 해마다 황소 달리기 축제가 벌어진다. 스페인어로 ‘엔시에로(Encierro)’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투우 경기에 참가하는 소들을 풀어 투우장까지의 약 850m 거리에서부터 질주하게 하는 것이다. 수백 명의 참가자들은 달리는 도중 황소와 함께 뒤엉켜 넘어지는 것이 다반사지만 부상을 개의치 않는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참가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운 축제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스포츠로 불리며 부상자 및 동물 학대의 논란도 계속되어 왔다.



한편 올해 마드리드에서 열린 축제 영상이 SNS상에서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동일한 길목에 황소 대신 지름 10피트 규모의 대형 공을 활용하여 굴렸고 사람들은 그 공을 피해 달린다. 황소를 질주하게 했던 이전보다 호응도가 높다. 동물복지 논쟁을 염두에 둔 시장의 결정이었고, 대중들이 응답한 것이다. 이처럼 스페인의 황소, 태국의 닭, 터키의 낙타 등 동물을 민속 축제에 활용하는 점을 두고 동물학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수소끼리 뿔 달린 머리를 맞대고 싸우다가 먼저 도망치는 소가 지는 경기인 소싸움 대회는 현재 대구 달성군을 비롯하여 경북 청도군, 경남 창원시·진주시·김해시·의령군·함양군·창녕군 등 11개 지자체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축제이다. 하지만 지자체 중 전북 정읍시가 처음으로 올해를 마지막으로 소싸움 대회를 더 이상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애초에 초식동물인 소에게 보양이라는 명목으로 육식 보양식 등을 달여 먹이고 영문도 모르는 채 낯선 환경에서 싸우게 하는 점, 소싸움에서 교상을 입거나 나이가 들어 전투력이 떨어진 소들이 도축장으로 교살되는 이 모든 과정이 동물 학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가 소싸움 축제에 힘을 쏟는 이유는 경기 활성화 때문이다. 경북 청도군은 매주 토-일요일에 소싸움 경기를 하루 12차례 운영하는데, 각 경기마다 청중들은 적게는 100원, 최대 10만원까지 베팅할 수 있다. 지난해 1,254차례 이뤄진 소싸움 경기를 통해 청도군은 296억 원의 매출을 거둘 정도였다고. 소싸움 경기장 인근 식당과 관광지 방문 효과까지 고려하면 쉽게 간과할 수는 없는 금액이다.



하지만 필자는 오랜 시간 이어온 민속놀이의 명맥, 눈앞에 당장 보이는 경제적 이익보다 동물 복지를 지지한다. 인간이 명명한 ‘보양식’이라는 것을 체질에 맞지 않는데도 억지로 먹고 다짜고짜 상대방 소와 싸워야 하고, 전투 능력이 퇴화되는 시점이 오면 그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를 가만히 바라보고 잠시 생각을 해보면 도저히 오락거리로 느껴지지도, 돈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동물의 대결구도가 오락의 요소로 여겨지던 시대는 분명 있었지만 현대는 그렇지 않고, 경제적 이익은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쟁점은 동물 윤리와 경제적 이익의 논쟁이 아닌 공감 능력의 정도이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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