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지난 8일 홍준표 대구시장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듣보잡’들이 너무 설친다고 말 한 이후 듣보잡이란 단어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란 의미의 듣보잡은 ‘별 것도 아닌 존재’ 또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존재’를 의미하는 말로서 인지도가 낮은 존재를 비하하는 표현이다.

▲사진_인요한 국민의 힘 혁신위원장이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하고 있다 / 출처_대구광역시


 

이 듣보잡이란 말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안민석 의원이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을 지칭하면서 크게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안민석 의원은 문화체육부 차관의 비호로 무명이었던 곽용운 씨가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이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듣보잡이라고 지칭하였다. 곽 회장은 이에 국정감사장에서 ‘제가 듣도 보도 못한 잡놈입니까?’라고 거세게 반발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듣보잡은 듣는 사람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감정을 상하게 하기 충분하다.



홍준표 시장이 누구를 특정하여 듣보잡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지목한 듣보잡이 누구인가는 국민 대부분이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이상한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되는 사람들의 반발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듣보잡이라고 인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홍준표 시장이 지목한 듣보잡이 자기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어쩌면 홍 시장의 말에 발끈하여 반응을 보이면 스스로를 듣보잡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듣보잡의 반대말은 유명인 또는 네임드라고 할 수 있다. 유명인이 되는 과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유명인이 되는 것이다. 이 방법에는 주위로부터 인정받을 만한 개인의 희생과 노력,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많은 시간의 누적이 필요하다. 두 번째 방법은 다른 사람의 후광으로 단기간에 힘을 가지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자신이 쌓아 올린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헌신도 없고 거기에 부합하는 시간의 누적도 없다. 오로지 권력자의 후광만 있다. 이 방법으로 유명인이 되면 듣보잡이라는 평가를 받기 쉽다.



그러나 듣보잡은 쇄신과 혁신의 상징이기도 하다. 변화와 혁신은 늘 듣보잡에 의해 이루어진다. 네임드는 기존의 구조를 변화시키기를 싫어한다. 현재의 구조가 유지되어야 자신의 기득권과 유명세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듣보잡은 잃을 것이 없다. 그래서 혁신과 변화를 주도한다. 쇄신과 혁신을 원하는 사람들은 듣보잡의 등장을 바라기도 한다. 최근까지 무명이었던 사람이 혜성처럼 나타나 구습을 일소하는 것은 큰 쾌감과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홍준표 시장이 언급한 듣보잡은 혁신과 쇄신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수구적인 행태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홍 시장이 언급한 것처럼 민주적 선거에 의해 선출된 당 대표를 우격다짐으로 몰아내고, 권력자와 가까운 사람을 당 대표로 옹립하기 위해 선거의 규칙을 바꾸거나 경쟁자에게 공개적 모욕을 주는 소위 ‘조리돌림’을 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듣보잡들이 감히 이런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일을 서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뒷배만 믿고 주제 넘는 일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거나 지지를 받을 수는 없다.



정치는 결국 유권자의 지지를 누가 더 받는가의 경쟁이다. 유권자 그리고 국민의 지지는 결코 왜곡되지 않는다. 선거는 가장 정확하게 국민의 지지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래서 권력자의 마음보다, 당원들의 마음보다 언제나 유권자의, 국민의 마음이 더 무겁고 무섭다.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듣보잡들도 권력자의 마음보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에 앞장서기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기대일까?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50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