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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권력을 가진 자는 자기 마음대로 통치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왕이나 대통령 등 일국의 최고 통치자일수록 이런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역사적으로 전제군주는 자신의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영국의 명예혁명과 프랑스대혁명을 거치면서 권력의 행사는 반드시 법률을 통해서 해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런 법률을 통한 지배를 근대국가의 출발점으로 본다.

사실 법은 태생적으로 권력자의 권력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물론 국민도 법을 지켜야 하지만 이는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반면 권력자에게 법은 자신의 권력은 절제하는 반면 국민의 권리는 최대한 보장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권력자가 법률에 근거해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법치라고 한다. 따라서 오로지 권력을 가진 자만 법치를 훼손할 수 있다. 일반 국민은 통치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치를 훼손할 수 없다. 다만 국민 또는 민중은 법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무법천지를 만들 수는 있다. 민중봉기나 혁명이 일어나면 법이 작동하지 못하는 무법천지가 된다.

대통령에게는 많은 권력이 부여돼있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시켜야 하는 의무를 부여받은 대통령은 법령을 집행할 권리와 행정권을 행사할 권리 그리고 국군을 통수하는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이 권리는 항상 헌법을 준수해야하는 의무와 병행한다. 국회는 법률을 제정할 권리를 가지지만 마찬가지로 국회법 테두리 안에서 권리를 행사해야 하며 입법권을 정파의 이익을 따라 무절제하게 행사해서는 안 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법률에 더 충실해야하는 이유는 무절제한 권력은 국민의 자유와 복리에 저해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국회의 탄핵 소추, 그리고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등은 법치가 무너지고 있는 현장이다. 계엄선포는 반드시 국무회의의 의결이 선행돼야 하지만 실질적인 국무회의 의결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엄 선포가 정치적인 행위였다고 하더라도 법률을 준수하면서 해야 하지만 정치가 법치를 삼켜버렸다. 탄핵 소추는 될 때까지 한다는 정신으로 몰아붙였다. 당시 대통령의 행위가 비정상적이었고 따라서 더 이상 대통령의 권한 행사를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는 했지만 한 차례 부결된 안건을 일주일 뒤에 다시 상정했고 거대 야당은 탄핵소추가 될 때까지 계속 발의하겠다고 여당을 위협해 기어이 탄핵 소추를 이끌어냈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지만 대통령을 내란죄 혐의로 수사했으며 체포동의서까지 발부받아 대통령을 체포하려고 했다. 법원은 체포동의서를 발부하면서 법률을 일시 정지시켜 입법권까지 침해했다. 아무리 정당한 일이라도 법률을 무시하는 것은 법치를 훼손하는 일이며 결국 절차가 부당하기 때문에 결과까지 부정당하는 일이 생길까 우려스럽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법치를 훼손하면 결국 국민과 민중은 무법천지를 만들게 된다. 인터넷에는 허위, 날조 정보가 활개를 치며 자기가 지지하지 않은 정치인을 향한 사이버 폭력과 테러도 만연하다. 이러한 탈법을 국가 권력이 아무리 처벌하려고 해도 권력자들이 법치를 훼손한 마당에 이런 처벌 경고가 먹혀들 리 없다.

길이 혼란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기본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먼저 법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라도 법률적으로 정당한 수사기관의 요구에는 응해야 한다. 수사기관 역시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법률의 범위 안에서 수사해야 한다. 법치라는 기본이 지켜져야 무법천지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고 현직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기소하려는 엄중한 상황에서 그 결론이 국민의 동의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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