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사진_안세영 선수 SNS

기성세대의 권력은 공고하다.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며 자신에게 도전하는 세력은 가차 없이 짓밟는다. 기성세대는 늘 자신의 가치관과 문화를 정당한 것으로 간주하며 이에 도전하는 신세대를 ‘예의가 없다’, ‘버릇없다’,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말로 주눅 들게 만든다. 또한 기성세대는 자신이 구축한 성과를 자신들의 피땀 어린 노력의 결과라고 강조하며 신세대들은 이런 처절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힐난한다. 그러나 세상은 늘 변해왔고 그 승자는 항상 신세대였다. 지금의 기성세대도 30년 전에는 신세대였으며 기성세대와 싸워 자신의 아성을 구축해왔다. 이 세대 간 헤게모니 다툼이 지금 파리 올림픽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성세대가 입에 달고 다니는 예의와 버릇 그리고 세상 물정이란 무엇인가?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는 윗사람의 잘못에는 입 다물고 있는 것, 집단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것, 권력을 인정하고 그것에 복종하는 것, 힘 있는 사람의 측근이 되는 것이 예의이고 버릇이고 세상 물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런 기성세대의 인식이 크게 도전받고 있다.

올림픽 선수단 구성은 세대 차이가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장이다. 대부분의 선수는 20대로서 신세대, 흔히 말하는 MZ세대들이며, 이에 비해 감독을 비롯한 지도자들과 협회 임원들은 기성세대들이다. 기성세대의 가치관에는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이 희생될 수 있고 또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 극단적인 개념이 애국심이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는 국가를 대표해 게임에서 승리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떠한 개인적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가치관을 수용하는 선수는 예의 있고, 버릇 있고 세상 물정 아는 사람이지만 이런 가치관에 동조하지 않는 선수는 소위 ‘싸가지’가 없는 사람일 뿐이다.

선수들은 이코노미 석을 타고 이동하지만 협회 임원들은 비즈니스 석을 타고 이동하는 관행이나 국위 선양을 위해서라면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나서야 했던 일, 훈련에 필요한 지원도 선수의 입장이 아니라 협회의 입장에서 고려돼온 관행 등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드러나게 됐다. 그리고 그동안 선수들은 이런 불합리한 관행을 공개적으로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어쩌면 이런 침묵의 카르텔이 지금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를 존재하게 한 기초였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부상 투혼으로 금메달을 딴 선수가 그간 협회의 부적절한 관행을 이야기하면서 대표팀 은퇴를 시사 하는 발언을 한 것은 이런 카르텔에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선수 개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보다 협회의 입장을 우선하는 관행을 신세대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사실 올림픽 헌장에도 올림픽 경기는 국가 간 경쟁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 또는 팀 간의 경쟁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신세대 선수들은 기성세대의 관념과 가치관에 도전하고 있다. 우리나라 탁구선수들이 북한 선수들과 환하게 웃으면서 단체로 셀카를 찍고 있는 모습이나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경기 그 자체를 즐기는 선수들의 모습, 패배한 이후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승자를 찾아가 축하하는 모습 등은 기성세대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모습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뉴노멀로 자리 잡아갈 것이고 그렇게 세대교체는 일어나게 될 것이다. 집단보다 개인의 가치를 우선하는 시대, 정당하지 않는 것을 정당하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시대, 권력에 굴종하지 않는 뉴노멀의 시대가 오는 것이 기대된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287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