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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사진_SK주식회사 대표이사 회장에 선임되고 있는 최태원 회장 / 좌_손길승 前 회장, 우_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최종현 선대회장의 아들 최태원 회장과 노태우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결혼은 세기의 결혼으로 인구에 회자됐다. 그 결혼이 지금 세기의 이혼으로 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있으면 이혼은 필연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지만 어떤 이혼은 누구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반면 다른 어떤 사람의 이혼은 관심의 대상이 된다. 다만 그 관심이 이혼의 사유와 과정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이나 위자료의 규모 때문이라는 점은 씁쓸한 감정을 준다.

전통사회에서 이혼은 남편과 아내 일방이 상대방을 쫓아내는 방식이었다. 이혼은 ‘하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전통사회에서는 아내가 칠거지악에 해당할 경우 남편이 일방적으로 아내를 내쳤다. 그러나 삼불거라 하여 칠거지악에 해당하더라도 이혼 후 돌아갈 곳이 없는 경우, 부모의 장례를 함께 치른 경우, 가난했다가 결혼 후 부자가 된 경우에는 아내를 쫓아낼 수 없었다. 여자를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인 셈이었다.

반면 북미의 선주민인 주니(Zuni) 부족은 이혼의 권리가 여자에게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남편의 짐을 싸서 마당에 내어놓음으로써 이혼을 통보했다. 남편은 집에 들어오다가 마당에 놓인 자기 짐을 보면 그 짐을 들고 다시 어머니에게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혼이 성립됐다.

이런 전통적인 이혼 방식은 근대의 관점에서 보면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우선 이혼 당하는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잘못이 없는 데도 단지 배우자의 마음이 바뀌어 이혼을 당하는 경우도 있고, 이혼 후 거처할 곳이나 생활에 대한 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자녀 양육의 문제도 있었다. 이혼 후 미성년 자녀의 양육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는 근대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그 결과 근대사회에서는 결혼과 마찬가지로 이혼도 법률의 지배를 받게 됐다. 즉, 이혼도 법률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혼은 크게 ‘합의 이혼’과 ‘소송 이혼’으로 나눠진다. 합의 이혼은 부부 양자 모두 이혼할 의사가 있고, 자녀 양육, 재산분할 등 이혼의 조건에 합의할 경우 이루어진다. 반면 소송 이혼은 부부 중 어느 일방이 이혼할 의사가 있을 때 재판을 통해 이혼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에는 이혼의 동기를 제공한 유책 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당하게 되며 위자료와 재산분할이 이혼 소송의 핵심이 된다. 따라서 재산이 많은 유책 배우자가 이혼 소송을 당하게 되면 분할되는 재산의 규모가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다.

최태원-노소영 부부의 이혼 소송은 1심과 2심의 판결이 크게 달라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1심에서는 34년의 결혼생활 후 이혼하는 노소영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으나 2심에서는 위자료 20억 원과 재산분할로 1조3800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2심의 결론은 SK그룹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규모였으며, 이혼 사유를 제공한 최태원 회장의 행태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2심 판결에 환호하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백년해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결혼은 축하받는 일이지만 이혼은 축하받는 일은 아니다. 이혼은 축하받았던 결혼 관계가 파탄난 것이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 이혼은 결혼 관계가 종식되지만 사회적으로는 그 관계가 쉽게 종식되지도 않는다. 이혼 후에도 그들이 자녀의 부모인 것은 변하지 않으며, 사회적으로도 누구의 전 배우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혼이 소송으로 진행되면 이혼의 원인은 분할되는 재산에 가려진다. 이혼의 원인이 주목돼야 부부 관계와 가족관계를 유지할 지혜를 발견하게 되지만 분할되는 재산이 주목되면 상대적 박탈감과 복수심만 불타게 된다. 이혼에도 지혜가 필요한 셈이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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