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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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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스포츠 축제 중 하나인 파리 올림픽이 진행 중이다. 올림픽은 참가하는 선수뿐 아니라 TV로 경기를 시청하는 사람들에게도 긴장감과 흥분을 준다. 특히 자국 선수들의 경기에는 더욱 더 몰입해 참가 선수와 자신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은 일상의 탈출구로서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근대 올림픽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 남작은 올림픽의 이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올림픽은 이상보다는 승리와 성공에 더 집중하게 만든다. 올림픽 헌장 6조에는 모든 경기는 참가 선수 개인이나 단체의 경쟁일 뿐 국가 간 경쟁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올림픽은 늘상 국가 간 경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특히 이런 인식은 국가주의 민족주의가 강한 나라일수록 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IOC는 공식적으로 국가 간 메달 수를 집계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금메달 수를 기준으로 국가 간 순위를 정하며 참가할 때마다 금메달 수를 목표로 설정한다.
올림픽이 인류의 축제라고 하지만 여전히 강대국의 잔치임을 부정할 수 없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 규모는 정확하게 국력에 비례한다. 메달을 취득하는 선수들 역시 강대국에 집중돼 있다. 국가별 누적 메달 수는 미국, 러시아/소련, 독일, 영국, 중국 순이라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또한 올림픽 개최지 역시 강대국에 집중되어 있다. 아테네에서만 열리던 고대 올림픽이 근대 올림픽으로 전환되면서 도시별 순화 개최를 결정하였지만 개최되는 도시는 강대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올림픽은 상업주의에 볼모 잡혀 있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도시는 새로운 시설의 건립과 대회 운영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이 투자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방송 중계료와 기업의 스폰서를 받지 않을 수 없게 되었으며 높은 수준의 입장료도 불가피하게 됐다. 비싼 입장료를 내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사람들 역시 강대국 사람들이다. 이런 상업주의는 결국 올림픽을 강대국의 전유물로 만든 구조적 원인이 됐다.
올림픽은 아마추어 정신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이 정신도 점점 쇠퇴돼가고 있다. 국가나 특정 단체에 소속돼 전문적인 훈련을 받는 아마추어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올림픽에서도 점점 프로에게 문호를 개방해 지금은 복싱 이외에는 프로의 참여가 대부분 허용돼 있다.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점점 ‘참여하는 것보다는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해 지고 있다.
올림픽은 정치에 오염되기도 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을 개최한 나치 독일은 나치 독일은 자비롭고 평화를 원한다는 이미지를 나타내고자 했으며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입증하고 싶어 했으나 흑인인 제시 오웬스가 금메달을 4개나 따면서 이런 시도는 좌절됐다. 이스라엘과 갈등관계에 있는 이란은 이스라엘 선수가 참여하는 경기에는 스스로 불참하는 전통을 유지함으로써 반이스라엘 정신을 표현하고 있다. 소련은 공산주의 이념을 확대하기 위해 노동자 올림픽을 조직하기도 했다. 올림픽 헌장 제1조에 올림픽의 목적을 ‘인류 평화의 유지와 인류애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올림픽은 줄곧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은 전 세계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우호적인 경기를 함으로써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역경을 딛고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나 경기에서 패배했지만 선전한 선수, 그리고 경기 후 승자에게 축하하고 패자에게 위로를 보내는 모습에서 우리는 스포츠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된다. 상업주의, 정치성, 국가 이념 등의 구조적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이지만 선수들이 주는 감동은 얼마든지 증폭시킬 수 있다. 무더위를 잊어버릴 정도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파리 올림픽이 되길 기대해본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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