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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꺾어서 오다보면 빨간색 큰 건물이 있어요. 간판을 보면 빨간색 왕관 같은 것이 그려져 있고요. 그쪽에서 만나요”
최근 엑스(Xㆍ옛 트위터)에서 어떤 사람의 통화 내용을 듣게 된 사연을 들었다. 통화 당사자는 상대방과 만나는 장소를 카페 ‘할리스’로 정했는데, 문제는 상대방이 카페 할리스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대화 상대방에게 영어로 된 간판은 그 어떤 형태로의 정보가 되지 못하는, 추측건대 나이가 어느정도 드신 분이었다. 약속 장소를 다른 곳으로 정하려 해도 대부분 외국어로 표기된 간판들이 많은지라 설명이 마땅치 않은 상황, 결국 이 사람은 할리스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런 에피소드를 보면 덜컥 겁이 난다. 몇십년 후의 나의 모습일까봐.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한국어를 쓰는 우리나라에 외국어 간판이 많은 것이 문제일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주변 정보를 더 이상 정보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개인의 탓도 배제할 수 없다. 세대 격차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기술의 발전이 사회적 복지 제도가 마련되는 속도보다 훨씬 빨라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부재한 사회 제도를 탓하며 손을 놓고 있기에는 세상이 너무도 빠르게 돌아간다.
눈을 뜨면 해야 하는 것이 배우는 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환경이 너무도 당연하고 배움이 지루하게 느껴졌던지라 이따금씩 수업을 듣지 않는 일탈을 선택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짜릿했다. 하지만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학생 때는 성적으로, 직장에 다닐 때는 승진과 연봉으로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퇴직을 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많이 생겼을 때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자.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학교, 직장처럼 배움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사회적 공간에 머물러 있을 때는 너무도 당연하게 누려왔던 그 모든 것들이 어느날 나의 노력으로 하나씩 쟁취해야 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어느 순간 갑자기 와버렸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애초에 서서히 오고 있었다. 막막하게 느껴지지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시간의 자유도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사실 그 어떤 것보다도 순수하고 꼭 지켜야 하는 마음이다.
어쨌든, 오늘 하루도 잘 살아보자
원본: 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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