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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여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도 한 달이 지나간다. 그 사이에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하는 편과 반대하는 편으로 여론이 갈라져 갈등이 심해지고 있으며 무엇보다 환자들의 불안감과 진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제 여론은 정부와 의사 단체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으며 국민은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에 의사의 수가 부족하니 의사의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의대 정원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 단체는 의사의 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수와 지방 의료인력의 수가 부족한 것이 문제이며 이는 의대 정원 증가가 아니라 의료급여체계의 왜곡을 바로잡음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늦은 감이 있지만 의료급여체계의 정비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행위 위주로 급여체계가 운영되어 오던 것을 난이도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술 및 치료의 난이도가 높은 필수 의료 분야에 더 많은 보상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단순한 논리가 왜 이런 갈등과 파국 뒤에 나오는 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제라도 의료급여체계를 정비하겠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며 의사 단체도 긍정적인 관점으로 정부의 대안 마련을 바라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의사 단체도 정원 증원을 무조건 반대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 증원에는 큰 거부감이 없는 듯하다. 특히 지방 의료인력을 늘리기 위해 의료인의 수를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큰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문제의 발단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현재 약 3,000명 정도인 의대 정원을 5,000명으로 증가시키겠다는 것은 일종의 충격요법이었다. 의대 정원이 늘면 필수 의료 분야나 지방으로 의사가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가 이 충격요법의 근거로 작동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의대 정원 증가는 우리나라 의료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인구 1,000명당 의사의 수는 OECD 평균이 3.7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2.6명으로 약 70% 수준이었다. 그러나 인구 1,000명당 병상의 수는 OECD국가 평균이 4.3개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2.8개였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와 비교해서 평균 외래진료 횟수나 평균 입원일수 모두 최상위권이다. 이는 의사의 수에 비해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하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많음을 의미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흔히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한다. 이는 병원을 이용할 때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가장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병원이 환자에게 요구하는 비용을 전국민의료보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가격을 정부가 통제함으로써 공급에 비해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이다. 그리고 이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의사의 수 증가를 통해 공급을 다시 늘리겠다는 것이 의대 정원 증가의 본질이다.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 의료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다. 즉, 아무리 의료인 공급을 늘려도 의료공백은 피할 수 없다. 전공의는 주 80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려야 하며 병원은 적자를 피하기 위해 필수 의료 분야를 줄이게 되고, 개원의들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분야 진료를 늘리게 된다.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의 인기가 높은 것은 비급여진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료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의료 수요를 줄여야 하지만 어떤 정부도, 정치인도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환자의 의료비 증가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급격한 의대 정원 증가는 문제 해결의 핵심이 아니다. 오히려 의료 수요를 줄일 수 있도록 의료보험과 급여체계를 개혁하는 일이 핵심이다. 의료인 증가는 그 다음의 문제이다. 아무리 의료인의 수가 많은 국가라도 의료인의 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료 분야도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주의적 의료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는 길이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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