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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연예계 소식 중 그룹 에스파의 리더 카리나와 배우 이재욱의 열애설이 뜨겁게 회자됐다. 2월 27일 열애설이 난 이후 공교롭게도 SM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3.5% 하락했고 그로부터 약 1주일 뒤, 카리나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서는 트럭 시위가 발생했다. 트럭 전광판에는 카리나의 직접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앨범 판매량이 줄어들고 텅 빈 콘서트장을 보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같은 날, 카리나의 SNS에서는 자필 사과문이 게재되었다. 더욱 열심히 활동하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겠다는 다짐을 담은 내용이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사과를 하는 상황이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입장과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돌 리더로서 팀에 대한 책임감이 없다’는 입장으로 나뉘었다.



현대 대한민국 사회에서 ‘팬덤’은 단순한 팬심, 좋아하는 감정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들의 애정은 ‘수익’으로 이어진다. 팬덤의 영향력은 아이돌의 매출액과 비례한다. 아이돌의 매출은 굿즈, 음반, 공연 수익으로 구성되는데, 팬덤은 이 모든 것에 자신의 돈을 기꺼이 바칠 준비가 돼 있다. 다시 말해 아이돌 그룹과 팬덤의 관계는 자본주의에서의 상품과 고객의 관계성을 지니는 것이다. 엠넷의 ‘PRODUCE 101’ 프로그램처럼 팬덤은 내 연예인은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여기며, 스스로를 ‘고객’으로 인지한다. 그런 측면에서 아이돌의 스캔들은 본인이 소비하는 상품에 대한 흠결이자 클레임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직접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는 고객이 불편해한다면 아이돌은 사과문을 작성해야 한다. 그것도 정성스럽게.

 


아이돌 시장은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너무나도 견고하게 형성되었다. 대한민국의 아이돌은 작품성으로 인정받기보다는 상품성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경향이 짙다. 대부분 아이돌 지망생들은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해 10대부터 방송 활동을 하기 시작한다. 가치관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10대에 본인의 가치를 상품성에 빗대어 자아를 인식하게 되는 점은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다. 생각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시기에 질문을 받았을 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다는 그 상황에서 해야 하는 말을 해야 한다는 점도 아이러니하다. 더욱이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존중이 없기에 사적으로 연애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과를 해야 한다.



데뷔 후 사랑을 받아도 업계에서의 아이돌 평균 수명은 7년에 머무른다고 한다. 7년이 지나도 이들의 나이는 20대일 것이며 한창 꽃피우는 나이에 이들 중 대부분은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자연스레 잊혀진다. 화려한 무대, 팬들의 주목을 뒤로하고 곧 새롭게 ‘생산’되는 대체재들 속에서 잊혀지는 것이다. 찰나의 꿈, 신기루 같은 영광이다.



아이돌을 소유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팬들을 향한 사랑을 운운하는 팬덤 의식은 분명 성숙하지 못하며 고쳐져야 한다. 또한 아이돌 기획 역시 유사연애와도 같은 감정을 팬들에게 주입시키는 식으로, 그렇게 소통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 인격체이자 아티스트로서 사랑받는 그룹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가치를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어야 한다.



BBC가 말했듯, 참 여러모로 악명 높은 K팝 산업이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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