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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되었다.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7년부터는 누구도 개를 식용으로 사육하거나 유통할 수도 없고 심지어 먹을 수도 없게 되었다. 그동안 동물보호를 주장해온 입장에서는 3년의 유예기간이 유감일 정도로 이 법의 제정이 만시지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개고기를 먹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국제적으로 비난의 대상이었다. 특히 반려견 문화가 강한 유럽에서는 개를 식용으로 사육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으며 OECD국가의 일원인 대한민국이 아직도 개를 식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을 심지어 ‘미개하다’고까지 생각하였다. 국내에서도 반려견 문화가 확산되면서 더 이상 개를 식용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증가하였고 동물보호단체의 요구도 커서 드디어 이를 법으로 금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해 보면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할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우선 무엇을 먹을지 먹지 말 것인지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겨야 한다. 무엇을 먹을 수 있는 것인가 먹을 수 없는 것인가는 개인이 속한 문화에 근거해 있다. 말을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 뱀을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 바퀴벌레를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 등은 문화의 문제이다. 나아가 특정 음식을 먹을 것인가 먹지 말 것인가는 개인이 선택할 문제이다. 술 마시는 것을 권장하는 문화에서도 술을 마실지 말지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이다. 따라서 먹을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국가가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법 만능주의에 다름 아니다. 개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모든 국민에게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개고기 식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생각과 이를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개 식용을 금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동물과의 형평성을 생각하게 한다. 소와 돼지, 닭, 오리, 염소 등 무수히 많은 동물이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개와 이런 동물들은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동물이 보호의 대상이라면 이런 동물들도 먹어서는 안 된다. 혹자는 반려동물과 가축은 다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만 반려동물이라는 인식도 무리가 있다. 반려 고양이도 있고 반려 돼지도 있으며, 영화 워낭소리에서 보는 것처럼 소도 가족처럼 인식될 수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법이 없어도 그 동물을 식용으로 하지는 않는다. 반면 같은 동물이라도 가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 동물을 먹을 수 있다. 개만 특별한 반려동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서구의 사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법이 아니더라도 개고기를 먹는 것은 점차 감소하고 있다. 그리고 개를 식용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모든 문화는 변화한다. 과거에는 개 식용이 일반적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개 식용이 일반적이지도 않다. 그러나 개고기를 먹지 않는 것과 이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다. 개고기를 먹는 것이 심각하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공공 복리에 반한다면 모를까 그런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면 이를 법으로 금지할 일은 아니다.



프랑스의 한 여배우가 우리나라의 개고기 식용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이 때 우리는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몰이해라면서 그 여배우를 비판하였다. 인도는 쇠고기를 금기시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쇠고기를 식용으로 사용한다. 또 이슬람권에서는 돼지고기를 금기시 하지만 이에 비해 돼지고기를 식용으로 사용하는 문화도 있다. 프랑스는 개고기를 금기시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고기를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문화상대주의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논리였다. 이제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함으로써 이 문화상대주의 논리가 무색하게 되었다. 개고기 식용 금지법은 시대의 변화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지만 서구문화를 수용함으로써 우리의 고유문화를 사라지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발적으로 개고기 식용이 중단되기를 기다리기에는 우리의 인내심이 지나치게 적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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