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촌철살인] 과일은 사치다?

대전 성심당의 ‘딸기시루’ 케이크가 지난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연말까지 소비자들의 환심을 샀다. 호텔 케이크는 10만원-20만원을 호가하는 것에 비해 성심당 ‘딸기시루’는 4만 3천원에 생딸기가 가득 들어간 가성비 좋은 케이크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빵집으로부터 3-4블록 떨어진 골목까지 케이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는 후기글이 연일 이어졌고,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는 정가에서 최대 3배치의 웃돈을 얹어 구매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딸기시루 케이크 유행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 후기글에서 시작되었다. 케이크를 구매한 고객이 집으로 가는데, 너무 무거워 숨이 찼다는 것. 집에 돌아와 저울에 올려보니 케이크 무게가 2.3kg일 정도로 생딸기를 가득 넣었다는 점이 화제가 되어 폭발적인 인기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디저트, 음료 업계의 트렌드에서도 생과일이 빠질 수 없다. SNS에서는 과일을 와르르 쏟아질듯 잔뜩 올린 풍성한 비주얼을 자랑하는 디저트가 소비자들에게 호응도가 가장 높다. 카페 프랜차이즈에서는 지난 11월부터 겨울 딸기를 테마로 한 딸기음료대전이 열리고 있다. 지인에게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과일값이 너무 올라 장볼 때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는 것. 혼자 살 때 과일을 사면 돈은 돈대로 비싸게 주고 사면서도 항상 애매하게 남아 처리하기 곤란한 불편함이 있었는데, 차라리 그럴 바에야 밖에서 디저트를 먹으며 과일도 자연스레 먹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과거, 과일은 식후 입가심으로 만만하게(?) 즐겨왔던 간식이었는데, 이제 웃돈을 얹거나 디저트와 음료를 통해 먹는 방식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 영향이 크다. 우리는 사과 4개에 1만원이 너무도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물가도 문제지만, 기상 여건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의 출하량은 더욱 위태롭다. 더 나아가 치솟는 물가와 위태로운 작황 현황이 맞물리는 여건 속에서 농가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재배 농가가 감소하는 현상까지 더해지고 있다. 악순환의 연속성은 이미 끊어낼 수 없을 만큼 단단히 형성되었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이지만 가게 운영을 하는 자영업자에게는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다.

어릴 때 생일날 어떤 케이크를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초코 혹은 치즈케이크를 꼽았다. 특별한 날에 먹는 케이크인 만큼 평소에 잘 먹지 않는 맛을 고르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이날만큼은 초콜릿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고 치즈케이크는 정말이지 생일이 와야만 먹을 수 있는 특별 디저트였다. 과일 케이크는 글쎄, 사실 그 시절 과일케이크는 생크림과 시트 맛으로 먹었다. 생크림 사이에 있는 과일은 늘 먹는 과일보다 단맛이 덜했고 그 와중에 맨 가운데에 있는 체리는 인위적으로 달아 불호에 가까웠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이제 생일 케이크를 고르라 하면 과일이 빼곡하게 들어가 있는 케이크를 고르겠다. 내 돈 주고 사기 아까운 과일은 생일에 먹으면 더욱 맛있기 마련이니까.

과일은 이제 내 돈 주고 사기엔 너무 아까운 식품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