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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집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집 밖에서 집을 봐야 한다. 집 안에서는 집을 제대로 볼 수 없다. 때때로 우리는 자기가 가진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 자신의 가치를 밖에서 보지 못하고 자신 안에 갇혀서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가 가진 가치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타자의 시선에서 자기를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새만금은 원래 갯벌이었다. 갯벌과 늘 가까이에서 생활한 사람에게 갯벌의 가치는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였고 이를 간척하여 땅으로 만들고자 하였다. 새만금 갯벌이 세계에서 가장 넓은 갯벌이었고 그 속에서 자라는 생명의 다양함, 지속 가능성 등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다. 자기가 가진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결과 새만금 갯벌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제주도가 가진 보물 중 하나가 돌담이다. 제주도 마을은 간선도로뿐 아니라 올래도 돌담으로 되어 있다. 이 돌담은 제주도 사람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이고 흔해 그 가치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돌담은 가변 벽체이다. 마당에서 일을 해야 하거나 집 안으로 큰 물건이 들어가야 할 경우에는 돌담을 헐고 통로로 이용하다가 일이 끝나면 돌담을 다시 쌓아 원상을 복구하였다. 접착제 없이 현무암으로 쌓아 바람이 통했기 때문에 연약하게 보이지만 돌담은 좀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특히 올래는 약간 구부러진 곡선으로 되어 있어 올래길에 만들어진 돌담은 미적으로도 매우 우수한 경관을 보여 주었다. 제주도 경관이라고 하면 첫 번째 떠오르는 이미지가 돌담으로써 돌담은 제주도의 중요한 상징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런 돌담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가장 큰 계기는 자동차와 주차장 때문이다. 자동차가 증가하면서 제주도의 마을에서도 주차문제가 생겨났다. 농촌마을의 특성상 자동차에 짐을 싣고 다니는 경우가 많아 집 가까이 주차를 할 수밖에 없어 좁은 올래에 만들어진 돌담이 해체되고 있다. 또한 마당에 주차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돌담이 해체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주차장 갖기 운동을 하면서 주차장을 만들 때 경비의 상당 부분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 제도 때문에 간선도로변에 주차하던 사람들도 자기 집에 주차장을 만들려고 하고 있으며 주차장 때문에 집집마다 돌담이 훼손되고 있다.
제주도 마을에 외지인 소유의 주택이 늘어나면서 돌담의 훼손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외지인들은 제주도 마을의 주택을 구입한 후 게스트하우스,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개조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제주도에서 정주하기를 원하는 육지인일수록 집을 사서 사업용으로 개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과정에서 넓은 주차장이 필요하게 되고 조금이라도 마당을 넓게 사용하기 위하여, 그리고 마당의 조경을 외부에서 쉽게 볼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돌담을 허물고 있다. 제주도 마을의 경관이 고유성을 잃어가고 육지의 어느 관광지와도 차별성을 가지기 어렵게 변해가고 있다.
제주도 마을의 돌담이 가진 가치는 마을 주민들이 가장 먼저 인식해야 한다. 그래서 돌담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행정기관에서도 주차장 만들기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돌담의 훼손을 가속화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주차장 만들기 사업 내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수백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진 제주도의 상징이 된 돌담도 순식간에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마을에 소규모 공공 주차장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올래 단위로 말을 이용한 방앗간이 있었던 것처럼 올래 단위로 또는 소규모 거주지 단위로 공공 주차장을 만들어 함께 이용하면 돌담의 훼손 없이 주차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원본: 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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