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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것들이라고 일컬어지는 ‘MZ세대’는 13세~42세를 일컫는다. 30년 가까운 나이 구간을 포함하고 있기에 필자도 MZ세대이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분명 구분된다. 특히 MZ세대 안에서 유행에 가장 기민하게 반응하는 집단은 10대 청소년들이다. 지루한 것에 쉽게 싫증을 느끼는 이들이 결국 전체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점에서 온갖 마케팅 전략이 10대에게 집중된다. 이들이 향유하는 문화가 2-30대로 확장되고 기성세대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면 이들은 모든 세대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보인다.

 

 

이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무엇일까. 필자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토록 변화무쌍한 학생들을 품고 있는 교육은 사회 그 어느 분야 중에서도 가장 변한 것이 없는 듯 보인다.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하다. 그 시기에 배워야 할 것들이 응당 정해져 있을 테니 말이다. 다만 교육 ’제도’에 대해서는 필자가 고등교육을 졸업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보인다. 이 관습은 이전부터 이어졌으리라. 탄탄한 근거 아래 공고하게 뿌리내린 교육 제도라면 굳이 변화할 필요성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통령이 수능에 대해 한 마디 발언한 것으로 학생, 학부모, 학원강사 이를 것 없이 모두가 불안해했다. 이토록 연약한 것이 대한민국 교육제도의 현주소다.

 

 

1년에 단 한 번 치르는 수능으로 인해 앞으로의 당락이 결정되는 것, 잠시 방심했을 때 자신의 기량을 펼치지 못하는 것, 사교육에 들인 자본으로 그 성적이 결정되는 것 등 수능의 폐해를 모두가 인정하고 교육제도의 개혁이 매해 끊임없이 거론되었지만 결국 다시 수능. 다시 정시로 회귀하는 현상을 종종 목격한다. 학생부, 자기소개서를 통하여 보다 종합적으로 학생을 평가할 수 있는 전형이 떠오르고 있긴 하지만 그 제도 역시 한계가 많다는 이유로 주춤거리는 실정이다. 자기소개서가 주요 비중을 차지하는 입학사정관제는 내년부터 폐지된다고.

 

 

한국의 수능에 비견되는 것이 미국의 SAT일 것이다. 미국 대학 내에서는 SAT 점수를 입시에 반영하지 않거나 점수 제출을 선택사항으로 돌리는 추세라고 한다. 1900년대 초 공정한 시험이라는 미명 아래 처음 실시됐던 이 제도가 사실은 인종과 가계소득으로 인한 차별을 공고하게 한다는 것이 이미 공공연하게 인지되기 때문이다. 이 전형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지자 일부 대학들이 그 비중을 점차 줄여 나가고 있다.

 

 

기존의 교육제도가 이미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시키는데 기여한다면, 더군다나 그 교육제도를 겪어온 대부분의 성인들이 회의감을 강하게 느낀다면 변화해야 한다. 어떤 제도이든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미루어봤을 때, 학생부 전형이나 자기소개서 전형 역시 한계점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지방 소재 고등학교에서 1등을 한 학생이 도심 특목고에서의 내신 5등급 학생과 겨뤄볼 수 있는 장을 열어줄 수 있다. 상대적으로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환경에서 그 학생이 쌓아온 결과물을 적어도 펼쳐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교육이 지향하는 평등이지 않을까. 각각의 명확한 한계가 존재하는 정시 vs 수시로 선택하는 것이 아닌, 각 제도의 장점을 채택하는 식으로 나아간다면 그 또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따금씩 10여 년 전, 필자가 겪어온 교육입시제도를 훗날 필자의 자녀가 고스란히 경험하는 것을 상상해본다. 가슴이 답답하다. 개인의 역량으로 발생하는 결과는 입에 쓰더라도 받아들이겠지만, 그 안에 내재된 불평등의 요소는 조금이라도 덜하길 바라본다. 앞서 말했듯 10대는 가장 변화무쌍한 시절이고 가능성을 가장 많이 펼쳐 보일 수 있는 시절이니까.

원본:

 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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