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힉교 교수

 

재난은 누구나 피하고 싶지만 그런 바람과는 달리 재난은 항상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재난이 재난인 이유는 그것이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데 있다. 지진이나 폭우 등과 같은 자연재난은 물론 대형 화재, 건물의 붕괴 등과 같은 사회 재난도 예기치 않은 시점에 발생하여 피해를 키운다.

 

 

재난은 불가피하게 일어나지만 그것에 대한 대응방법에 따라 재난이 주는 충격은 다르게 나타난다. 인간이 사회적으로 재난에 대응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영역이 있다. 하나는 재난에 대한 대비다. 재난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방식에 따라 재난이 주는 피해는 크게 차이가 난다. 파도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방파제를 높고 튼튼하게 쌓는 것과 아예 방파제를 만들지 않는 것은 차이가 크다. 건축을 할 때 내진설계를 하거나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것과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재난의 발생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경험한 대부분의 사회재난은 재난이 일어날 것에 대비한 적절한 사전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전에 대한 민감도는 사회마다 다르다. 안전 불감증이 만연한 사회는 재난 발생 빈도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반면 안전 확보에 예민한 사회는 재난 발생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재난에 사회적으로 대응하는 두 번째 영역은 재난 발생 이후의 대처 과정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여 동일한 재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 정비에 집중하는 사회가 있는 반면 재난 발생의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에 집중하는 사회가 있다. 중세에는 마녀사냥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전염병이나 기근과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의 원인이 마녀의 주술에 있다고 생각하여 마녀를 찾아 처벌하였다. 이런 방법으로는 동일한 재난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반면 근대사회가 되면서 재난의 원인을 규명하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제도적 정비를 모색하게 되었다.

 

 

재난에 대한 인식과 사전 대비 그리고 사후 조치는 각 사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이런 면에서 재난은 문화의 속성을 갖는다. 문화는 한 사회 구성원이 공유하는 가치체계 또는 행위 양식이다. 재난에 대한 인식과 반응이 각 사회마다 다르다는 것은 각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는 그런 인식과 반응양식이 폭넓게 공유되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문화는 재생산되며 쉽게 변하지도 않는다. 아무리 많은 재난을 경험하여도 책임자 처벌에만 집중하는 사회는 좀처럼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왜 유사한 재난이 반복해서 발생하는지는 재난이 문화라는 관점에서도 이해 가능한 셈이다.

 

 

희망적인 것은 문화도 변화한다는 점이다. 문화변동의 출발점은 한 사회의 관행이 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기 문화는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비판적 관점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이 문화라는 것을 아는 순간 자신의 관행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른 사회의 관행과 자기 사회의 관행을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자기 사회의 재난에 대한 인식과 대응방법을 객관화 할 수 있고, 다른 사회의 그것과 비교할 수 있다면 재난의 문화도 변화가능하게 된다. 우리 사회가 재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고, 재난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하고 있고, 재난 발생 이후 어떤 대처를 하는가를 성찰하는 것은 재난 발생을 줄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원본: 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804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