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뉴스_수요칼럼] 2022 개정 교육과정이 우려스럽다

지난 11월 24일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의 총론을 발표하였다. 많은 내용이 포함되었지만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 주요 교과목 이수 학점의 축소, 선택과목체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고교학점제는 현행 교육과정에도 있는 내용이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이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였다. 학점제는 학생들에게 진로와 적성에 맞게 교과목을 선택하여 수강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를 개별 학교에서 구현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하여 교과목의 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지만 개별 학교에서 이 모든 과목을 개설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결국 학교가 개설한 과목 중에서 제한된 과목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공통과목(필수)에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의 학점을 각각 20% 정도 감소시키고 자율편성(선택) 단위 학점을 늘였다. 이는 기초교육을 약화시키고 심화교육을 강화한 것이다. 그리고 선택과목이 확대되면 이수 과목이 서로 달라 상대적 학업성취도 비교가 어렵게 된다. 대학 진학에서 고교 내신 점수가 중요한 고등학생들에게 이수 과목 선택을 두고 전략세우기와 눈치보기가 성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선택과목은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그리고 융합선택으로 세분화 된다. 일반선택은 교과별 주요 과목, 진로선택은 대학 진학에서 전공 선택을 할 수 있는 과목, 융합선택은 실생활 체험과 응용을 위한 과목의 성격을 갖는다. 문제는 일반선택 과목만 수능에 포함되며 진로선택과 융합선택은 수능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선택과목 중 일반선택 과목만 학생들에게 의미 있을 뿐 진로선택이나 융합선택은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크게 두 가지 점에서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교육과정이 학생이나 학부모, 교사의 입장이 아니라 국가의 입장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여야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 자신들의 정치 이념에 부합하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하려는 시도가 번번이 일어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민주시민 교육, 환경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정권의 색채가 강하게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서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까지 반대 비율이 높다. 학생들과 학부모는 사교육 없이 공교육만으로도 고교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있기를 원하지만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부의 의도와는 달리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더 사교육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필수과목 학습량이 줄고 선택과목간 유불리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_교육부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두 번째 문제점은 대학입시제도와의 불합치이다. 교육부는 수능 위주의 정시 비율을 강화하라는 지침을 주요 대학에 내린 바 있다. 대학입시에서 수능이 강화되면 학생들은 학교에서도 수능 과목 위주로 학습하게 된다. 그러나 개정 교육과정은 수능 외 과목의 수와 비중을 늘림으로써 공교육의 무력화를 초래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고등학생들에게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대학 입시이다. 자신이 원하는 대학 진학을 할 수 있다면 사교육이든, 재수든, 아빠 찬스든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지역균형선발을 노리고 지방에 있는 학교로 전학 가는 것도 불사한다. 2002 개정 교육과정은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적인 고등학교 교육만 지향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은 대학 입시제도만 개편하면 저절로 변화한다. 대입 제도는 그대로 두면서 교육과정만 개편하는 것은 교육과정의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정권의 교육 이념을 구현하는 대상이 됨으로써 누더기가 되어버린 대입 제도부터 정비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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