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뉴스_김창민 수요칼럼] 문화맹에서 벗어나자

오징어 게임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기사가 있다. 전 세계 모든 국가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에 열광하고 있지만 파키스탄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기사가 그것이다.

파키스탄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극 중 등장하는 파키스탄 노동자 역할을 인도 출신 연기자가 맡았기 때문이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인도 출신 연기자가 파키스탄 노동자 역할을 맡는 것이 큰 문제가 아니었다고 판단하였을 수도 있다. 오히려 배역을 감당할 연기 능력, 한국어 구사 능력 등을 기준으로 최선의 캐스팅을 하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사진_트리파티 아누팜

 

그러나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의 배후에는 늘 문화가 있다.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오해와 불필요한 충돌이 생겨난다. 파키스탄과 인도는 종교 차이가 있고 이것 때문에 분쟁이 심각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원래 인도와 파키스탄은 하나의 나라였지만 영국의 식민지가 된 뒤 2차 대전 이후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면서 두 나라로 분리되었다. 이 때 분리된 기준이 종교였다. 즉,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 인도는 힌두 국가가 되었으며 종교를 따라 각각 파키스탄과 인도로 이주한 사람도 많았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분쟁은 카슈미르 지역을 두고 첨예하게 나타났다. 카슈미르는 인도 영토이지만 주민의 대다수는 무슬림이다. 파키스탄은 주민의 대다수가 무슬림인 카슈미르는 파키스탄 영토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인도로부터 분리 독립을 원하는 카슈미르 무슬림을 군사적으로 지원하였다. 인도는 카슈미르의 힌두인들을 군사적으로 지원하여 수차례 전쟁이 발발하였고, 현재도 분쟁 중에 있다. 파키스탄과 인도의 관계는 매우 적대적이어서 국제적인 중재조차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파키스탄 노동자 역할을 인도인이 하였다는 사실은 파키스탄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의 관계를 이해했다면 연기자를 캐스팅 할 때 좀 더 신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에는 파키스탄 사람들도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들 중 연기력과 한국어 실력을 겸비한 사람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배역을 정할 때 연기 자체를 우선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런 캐스팅이 문화적 갈등과 오해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 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은 늘 이런 종류의 갈등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국가간 인간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만날 가능성은 이전 시대보다 확실히 더 증가하였다. 그리고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문화 콘텐츠의 국가간 유통도 증가하고 있다. 문화간 접촉과 교류가 증가하면서 문화에 대한 이해도 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경제적, 정치적, 사업적 측면 등 어느 한 가지 측면에서만 현상에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교역에서는 경제적 이익만, 해외 생산 기지 건설에서는 비용 측면만, 드라마 배역을 캐스팅 할 때는 연기자의 연기력만 보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결정이나 선택을 할 때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태도가 중요하며 이는 문화적 사고를 요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 국가 안에서, 한 민족끼리 살아갈 때는 문화적 안목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국가간 교류가 증대된 시대에는 문화적 안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화적 안목이 없는 문화맹을 벗어나려는 인식의 전환과 교육이 중요하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