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728x90
실업률이 증가하면서 일자리 부족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년층의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을 뿐 아니라 장년층도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 영역의 일자리 확대로 실업 문제에 대응하려고 하였지만 그 성과는 회의적이다. 결국 일자리는 민간 영역의 경제 활성화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자리 부족의 원인 중 하나는 그림자 노동이 크게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그림자 노동이란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Ivan Illich)가 제시한 개념으로 ‘노동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면서 하는 노동’을 의미한다. 정보화, 자동화가 진전되면서 모든 사람은 과거에는 하지 않아도 되었던 노동을 무의식적으로 하면서 사는 시대가 되었다. 그 결과 모든 사람이 과거보다 더 바빠지게 되었고, 일자리의 수는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일례로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거나 음료를 마신 뒤 빈 잔을 카운터에 가져다 주는 것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소위 셀프 서비스 개념이다. 그러나 과거에는 카페에 가면 종업원이 와서 주문을 받았고 빈 잔을 치우는 일도 종업원의 몫이었다. 카페를 경영하는 주인의 입장에서는 종업원의 수를 줄일 수 있게 되었지만 손님은 과거에 하지 않아도 되었던 노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금자동출입금기(ATM)를 이용하여 금융거래를 하는 일, 보안을 위하여 비밀번호를 지정하거나 변경하는 일, 셀프 주유를 하는 일,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일 등 일상적으로 하는 자질구레한 일이 바로 그림자 노동이다. 그림자 노동은 정부나 기업, 가게, 학교 등 가리지 않고 국민, 소비자, 학생에게 전가되고 있다. 그리고 그림자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림자 노동은 경영 합리화로 정당화 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 ‘하버드 매거진’ 편집자로 활약한 저널리스트 크레이그 램버트는 그림자 노동의 실상을 ‘그림자 노동의 역습’이라고 설파했다. 그림자 노동은 또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우선 그림자 노동을 하는 도중에 발생하는 문제는 모두 그림자 노동을 하는 사람의 책임이 된다. 카페에서 빈 잔을 되돌려 주다가 실수로 잔을 떨어뜨려 깨뜨리게 되면 고객이 책임을 지고 변상을 해야 한다. 스스로 금융 거래를 하다가 실수를 하게 되어도 그 책임은 결국 당사자의 몫이다. 카페에서 종업원이 서빙을 하다가 잔을 깨뜨리거나 은행에서 은행원이 일을 하다가 실수를 하게 되면 그 책임을 고객이 질 필요는 없었다. 이처럼 그림자 노동은 대가 없이 한 노동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이 된다.
또한 그림자 노동은 단순 노동인 경우도 있지만 정신 노동인 경우도 많아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비밀번호를 잊어버려 고생한 경험은 이제 누구나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경우에도 조금이라도 더 싸게 구입하고 구입한 물건에 하자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주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뿐만 아니다. 그림자 노동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차단하기도 한다. 카페에서 사람에게 주문하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키오스크가 일반화 되면서 그런 욕구는 충족되기 힘들어지고 있다. 조금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종업원이 주유해 주기를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셀프 주유기가 일반화되면서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도 어렵게 되었다. 그림자 노동은 욕구의 제한을 강요하며 획일적인 서비스만 제공하는 셈이 된다.
결국 그림자 노동은 소비자에게 대가 없는 노동을 전가하면서 일자리와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를 가진 것이다. 그리고 인건비를 줄인 효과는 고스란히 경영자에게 돌아가며 노동자는 일자리를 빼앗기게 되었다. 그림자 노동을 거부하는 운동을 고려할 때가 되었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772
'사회재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재난뉴스_수요칼럼] 1인 가구 시대 (0) | 2021.10.20 |
---|---|
[한국재난뉴스_김창민 수요칼럼] 과속방지턱 유감 (0) | 2021.10.06 |
[한국재난뉴스_김창민 수요칼럼] 아프가니스탄과 무슬림 난민 (0) | 2021.09.15 |
[한국재난뉴스_김창민 수요칼럼] 녹조가 길을 잃었다 (0) | 2021.09.01 |
[한국재난뉴스_칼럼] 언론 탄압의 그림자가 보인다 (0) | 2021.08.25 |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 Total
- Today
- Yesterday
링크
TAG
- 논란
- 함영주
- 창간
- 구광모
- 기획
- LG디스플레이
- 코로나19
- 전문가기고
- 화재
- 우리은행
- 갑질
- 한국재난뉴스
- 횡령
- 이성희회장
- 수요칼럼
- 중대재해법
- 재난
- 농협중앙회
- 세무조사
- 채용비리
- 하나은행
- 하나금융그룹
- 김정태
- 오너리스크
- 하나금융
- BHC
- 교수칼럼
- 칼럼
- 국정감사
- LG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