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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한국재난뉴스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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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면서 후보 단일화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보수 진영은 부족한 지지율을 따라잡기 위해 보수 진영 후보들이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진보 진영은 후보 단일화가 마지막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경계의 눈빛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편 후보 단일화의 대상인 이준석 후보는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는 지지율 2위와 3위의 후보가 힘을 합치면 지지율 1위의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후보 단일화는 YS와 DJ 사이의 단일화 논쟁이 그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YS와 DJ는 정치 민주화 투쟁의 대표적인 정치인이었고 국민의 지지도 높았다. 대통령선거인단이 체육관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군사독재에 맞서 이 두 사람은 직선제 쟁취를 정치적 민주화의 종착점으로 보았다. 제5공화국을 연 전두환 대통령은 임기 말에 후계자로 노태우씨를 지명하고 간선제로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어 했으나 YS와 DJ는 국민적 저항을 주도해 결국 직선제를 쟁취했다. 헌법이 개정되고 그렇게 기대하던 대통령 직선제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국민은 노태우 후보에 맞서 YS와 DJ가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지지세가 비슷하고 권력욕이 앞섰던 두 사람은 끝내 단일화를 하지 않고 각자 출마했고 결국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민주 진영의 염원이었던 후보 단일화는 군사 독재의 종식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이었고 YS와 DJ 역시 군사 독재 종식을 염원했다. 이념과 정치적 목적이 같았던 두 사람이었지만 후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해 군사 독재는 5년간 연장됐고 민주 진영의 좌절감도 매우 컸다.
이후 대통령 선거에는 후보 단일화 시도가 빈번하게 일어났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진보 계열의 DJ와 보수 계열의 JP가 연합한 반면 보수 계열이었던 이회창과 이인재는 단일화를 이루지 못했고 근소한 차이로 DJ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지지율이 2위였던 민주당 계열의 노무현 후보가 보수 계열의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를 이뤄 이회창 후보를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위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를 했지만 결국 박근혜 후보에게 패배했다. YS와 DJ 사이의 후보 단일화는 비록 본인들은 이루지 못했지만 이후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의 하나로 사용됐다.
YS와 DJ에 대한 후보 단일화 요구는 민주화의 완성이라는 대의를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후보 단일화는 진영을 넘어서서 당선만을 목표로 하거나 특정인을 낙선시키기 위한 정치 공학으로 단일화가 이뤄졌다. 그리고 이인재 후보처럼 단일화를 하지 않아 결국 같은 진영 후보가 낙선하게 되면 단일화를 하지 않은 후보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 관례가 됐다.
후보 단일화는 최소한 이념이 같거나 정치적 목적이 같아야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같은 계열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 또는 상대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서 하는 단일화는 정치 공학으로는 작동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유권자에게 감동을 줄 수는 없다. 이번 대선은 비상계엄 선포 등으로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이뤄졌다. 후보 단일화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비상계엄에 대한 입장이 같고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입장이 같아야 한다. 계엄과 탄핵에 대한 입장이 다르고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입장이 다른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면 그것은 정치 공학일 뿐 유권자에게 감동을 줄 수 없고 따라서 지지자들도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유권자는 후보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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