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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사진_대통령실 제공

 

모든 게 혼란스럽다. 한밤중 대통령이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나 헌법에 없는 대통령의 2선 후퇴, 그리고 탄핵 부결로 대통령의 권한이 살아있음에도 총리와 여당 대표가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 등 어느 것 하나 개운한 것이 없다. 계엄 선포에 놀란 가슴과 그로 인한 분노, 대통령의 낮은 수준에 대한 좌절감이 교차하지만 이제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의 계엄 선언은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에서 정해 둔 비상계엄 발표의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1979년 비상계엄이 계기가 돼 전두환ㆍ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이 시작됐으니 계엄이라고 하면 군사독재라는 망령이 떠오른다. 국민의 두려움과 분노는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헌인지 아닌지는 일반인이 판단할 몫이 아니다. 어떤 법률이나 행위가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곳은 헌법재판소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그가 헌법을 위반했다고 전제하고 하는 행동은 신중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정치적 행위이다. 헌법은 재적 국회의원 2/3의 찬성으로 탄핵을 발의하고 헌법재판소는 재적 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을 가결한다. 그만큼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 신중해야 할 탄핵은 이제 일상이 됐다. 이미 두 명의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했고, 장관, 검사, 방통위원장 등 임명직에 대한 탄핵도 여러 차례 이뤄졌다. 국회에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발의가 통과되지 않자 매주 탄핵발의를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겠다는 것은 탄핵을 희화화 하는 것이다. 탄핵의 사유가 명확해야 하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헌인지, 그리고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는 법률적으로 판단되지 않았다. 탄핵은 이 판단이 나온 뒤에 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국회에서 탄핵을 시도하자 윤 대통령은 모든 권한을 당에 위임하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은 위임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의 권한이 위임되는 경우는 스스로 퇴진하거나 탄핵 소추를 당해 그 권한이 중단될 때 뿐이다. 스스로 물러나지도 않고 탄핵 소추도 되지 않았다면 대통령의 권한은 살아있고 아무리 비난을 받아도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고 이것이 우리 헌법에 부합한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권한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민 여론과 탄핵을 부결시킨 국회 사이에서 우리 헌법은 문제 해결의 어떤 실마리도 주지 못하고 있다. 1987년 개정된 헌법이 이런 상황을 미처 예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사람에게 강력한 권한을 주는 대통령중심제가 갖는 문제점은 이미 많이 노출됐다. 겨우 과반에 성공하거나 심지어 과반에도 미달한 득표로 당선된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독점함으로 반대파에게 좌절을 안겨준다거나 국회와 행정부가 분리됨으로써 국민 여론이 국정에 반영되기 어렵다거나 대통령이 궐위될 때 위험요인이 너무 크다는 점 등은 이미 경험된 내용이다. 그리고 윤 대통령의 계엄 선언은 이런 문제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미 세 번째 대통령이 탄핵 소추를 당할 정도면 이제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중심제는 그 수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이 직접 선택한 대통령은 임기를 보장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임기 중에 국민의 불신을 받아 그 직무가 중단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대통령을 바꿀 것이 아니라 체제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는 한 사람의 지도력에 국가의 명운을 맡길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미국은 대통령제이지만 연방제 국가이며, 프랑스도 대통령이 있지만 이원집정부제이다. 영국과 일본 등은 의원내각제로 권력 분산을 하고 있다. 순수한 대통령제는 독재로 흐를 위험도 크다. 어쩌면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그로 인한 혼란은 정체체제의 변혁을 가져올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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