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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7일은 기독교에서 기념하는 종교개혁주일이었다. 그러나 이 날은 종교개혁의 의미보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범기독교의 기도회로 각인됐다. 이 기도회는 최근 대법원이 동성 동거자도 가족의 일원으로 간주해 건강보험 대상자의 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판결을 했기 때문에 열렸다. 아직 법률은 동성 부부를 인정하지 않는 상태였지만 대법원의 판결로 법률의 규제를 넘어서 버렸다.
차별금지법은 수차례 입법이 시도됐지만 기독교계의 반발로 번번이 무산됐다. 또한 지난 국회에서 상정된 법안이 폐기돼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는 실체가 없는 것에 대한 반대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보편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진보계열의 시도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발도 이해할만하다.
차별을 금지하자는 의견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이미 성별에 의한 차별, 연령에 의한 차별, 장애인 차별, 인종 차별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차별금지는 법으로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보편적 차별금지법은 성적 지향과 동성애 차별금지를 내용에 담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즉, 이 법이 제정되면 동성애자와 사회적 성을 내세우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고용 또는 처우에서 차별하는 것은 법의 저촉을 받게 된다. 그리고 차별을 받았다는 사람이 상대방을 고소하면 차별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피고소인이 입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회가 목회자를 청빙할 때 동성애자나 생물학적 여자가 자기를 남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되고, 청빙에서 탈락한 사람이 차별에 의해 탈락했다고 주장하면 당사자가 차별당했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차별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성을 남성과 여성만으로 규정할 수는 없다. 동성애자가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사회적으로 보면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그리고 성적 지향성을 이유로 차별당하는 것은 중단돼야 한다. 그러나 종교의 영역에서 이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모든 종교는 경전을 가지고 있고 그 경전의 내용을 절대적인 진리라고 생각한다. 경전의 내용을 믿기 때문에 우리는 그 믿음을 종교라고 한다. 성경에는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고 기록돼 있으며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간음은 더 이상 범죄가 아니지만 기독교에서는 여전히 간음을 죄악으로 규정하고 회개할 것을 요구한다. 일제강점기에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신사참배는 죄악이 아니었지만 기독교는 신사참배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이것에 저항했으며 이 것 때문에 많은 기독교인이 탄압을 받았다. 즉, 사회적 가치와 종교적 가치는 일치하기도 하지만 불일치할 때도 많다.
보편적 차별금지법의 내용 중 성적 지향과 동성애에 해당하는 것을 기독교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게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는 것처럼 종교적 신념에 의한 동성애자 및 성적 지향성에 대한 차별은 인정될 필요가 있다. 목회자가 설교 중 동성애를 죄악이라고 선포하는 것이나 교회에서 목회자나 직원을 청빙할 때 동성애자 또는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사회적 성을 주장하는 사람을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기독교 내부에서도 공공신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 또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교회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를 향한 기독교적 실천을 강조하는 것이 공공신학이다. 주일 예배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교회가 코로나 때 주일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한 것은 공공신학적 실천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공공신학은 사회와 교회의 일치를 지향하고 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와 동시에 공공신학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는 것은 기독교도 내부적으로는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차별금지법으로 기독교 내부에 분열이 있어서도 안 되겠지만 사회와 기독교 사이에 갈등과 분열이 생기는 것도 피해야 할 일이다. 사회적 가치와 종교적 가치는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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