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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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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을 두고 정치권이 백가쟁명이다. 연금개혁의 시급성을 인지한 여당과 야당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인상하는 데는 어렵게 합의했다. 다만 기존 소득대체율 40%를 44%로 할 것인가, 아니면 45%로 할 것인가를 두고 대립했다. 야당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는 안을, 여당은 조금이라도 연금 고갈 시기를 연장하는 방안을 주장한 것이다. 이 대립에서 야당 대표가 여당 안인 44%를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번에는 여권 내부에서 논란이 일어났다. 야당이 동의했으니 소득대체율 44%를 받아들여 연금 개혁을 진행하자는 의견과 어차피 모수 조정만으로는 연금 고갈을 피할 수 없으니 연금의 구조 개혁까지 함께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대립됐다. 일각에선 야당 대표가 여당 안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동안 미루어 온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연금개혁에서 구조 개혁은 모수 조정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연금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었지만 한 번도 구조 개혁을 실시한 적은 없다. 그만큼 연금의 구조를 개혁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예를 들어 공무원 연금, 군인 연금 등 직역별 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하는 문제만 해도 의견으로 제시되기는 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없다. 구조 개혁을 하겠다고 하면 모수 개혁조차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우선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수 있는 모수 개혁부터 하는 것이 연금개혁에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연금개혁이 여당과 야당, 즉 정치권의 논의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연금의 구조를 개혁하려고 하면 직역 연금 가입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지금 여당과 야당이 의견의 합의를 보고 있는 모수 조정만 하더라도 가입자들이 동의할지 의문이다. 월 소득이 500만원인 사람의 경우 지금은 연금으로 월 22만5천원을 40년간 납부하면 65세가 된 이후 월 200만원을 국민연금으로 지급받게 된다. 반면 개혁안이 시행되면 월 32만 5천원을 40년간 납부하고 220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매월 납부해야 하는 돈은 종전에 비해 1.5배 정도 되지만 받는 돈은 10% 정도 증가하는데 그친다. 국민연금을 40년간 납부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고려하면 실제 연금 수령액은 이보다 더 적어질 것이고 그러면 기초연금과의 관계가 다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모수 조정도 기존 연금 가입자의 동의를 받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구조 개혁은 이해 당사자들이 많아 더 어렵다. 연금 간 통합은 직역 가입자들의 반발을, 기초연금과의 관계 설정은 소득 계층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어느 정책이나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연금 개혁 논의는 정치권의 논쟁에 그치고 있고, 국민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생략돼 있다. 즉, 연금개혁은 정쟁의 도구일 뿐 국민의 미래를 충분히 고려해 진행되고 있다는 신뢰가 없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은 직역연금과 마찬가지로 기금 고갈이 예정돼 있다. 기금이 고갈되면 경제활동인구가 노령인구를 부양하는 부과식으로 전환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음 세대에게 큰 부담이 돼 세대간 갈등도 피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연금 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우선은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모수 개혁이라도 먼저 해야 한다. 구조 개혁까지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고 자칫 모수 개혁도 불가능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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