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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학교 교수ㆍ인류학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대학생을 대상으로 천원에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천원의 아침밥’이 화제다. 무상급식 때는 여당과 야당이 서로 반대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천원의 아침밥에는 여당과 야당 할 것 없이 이 사업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경쟁을 하며 심지어 초ㆍ중ㆍ고등학생들에게까지 이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사업은 당초 농림수산식품부와 농림식품교육문화원이 쌀 소비를 늘리고 대학생들의 아침 식사를 지원하자는 취지로 시작하였다. 학생이 1,000원을 내고 정부가 1,000원을 지원하며 나머지 금액은 해당 학교가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이 사업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지방자치단체도 1,000원을 지원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1인당 가장 많은 재정을 지원해야 하는 대학은 다소 미지근한 반응인데 비해 정치권의 참여는 뜨겁다. 이 사업이 정치권의 호응을 받는 이유는 지원 예산 규모에 비해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대학별 아침 식사를 하는 학생들은 200명이 채 되지 못하여 학교별로 매일 20만 원 정도만 지원하면 되지만 이 사업이 언론을 타면서 20대 청년층을 위한 정책이라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2023년 이 사업의 수혜자는 연인원으로 150만 명에 불과하며, 정부 지원 예산도 15억 원 수준이다. 이 정도 예산으로 이렇게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은 흔하지 않다.
정책적 홍보 효과가 큰 사업이지만 이 사업의 이면에 만들어진 그림자도 짙다. 우선 서울과 지방의 격차다. 천원의 아침밥은 대부분의 대학에서 오전 7시 30분부터 시작한다. 대중교통 수단이 잘 정비된 수도권 대학에서는 아침밥을 먹으러 오는 학생이 많지만 통학버스 등을 이용하는 지방 대학의 학생들은 이 시간까지 학교에 오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천원의 아침밥이 더 필요한 지방의 대학에서는 수혜자의 수가 적고 수도권 대학에서 수혜자가 많은 구조가 된다. 지방 소재 대학의 학생들에게 더 실질적인 혜택이 가기 위해서는 아침이 아니라 점심을 천원에 제공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 사업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교육이 아니라 복지의 개념으로 접근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의 홍보 효과는 정치 영역에서 내고 있지만 실질적인 부담은 각 대학이 가장 크게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지금 대학은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반값 등록금 정책과 함께 등록금이 동결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고 재학생 수도 줄어들었다. 그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많은 대학이 매년 적자 경영에 허덕이고 있음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다. 교육부는 정부재정지원사업으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의 고삐를 잡게 되었고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하는 교육정책에 휘둘려 이리저리 방향을 헤매고 있다. 천원의 아침밥을 지원할 재원 마련조차 대학으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재정난으로 대학은 비정규직 교수 채용을 늘리고 있고, 강좌 수를 줄여 수업 당 수강인원 수를 급증시키고 있다. 연구와 교육을 위한 시설과 기자재는 점차 낡아가고 있을 뿐 아니라 실험과 실습을 줄이고 강의로만 수업을 하는 경우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지금 정부가 대학과 대학생을 위해 해야 하는 급선무는 대학생의 환심을 사기 위해 천원의 아침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재정난을 극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등록금 현실화를 허용하는 것이나 초ㆍ중등교육처럼 교육 교부금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대학이 재정적 여유를 가지게 되면 교육의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아침이든 점심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시험 기간이나 방학 중에 학생들의 식사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생을 위한 정책은 대학을 통해서 하는 것이 대학의 기능과 존재에 부합하는 방법이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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