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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대학교 교수ㆍ인류학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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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벚꽃이 만개하였다. 전통적으로 개나리, 진달래가 봄꽃의 대표성을 띠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전국적으로 열리는 벚꽃축제와 함께 벚꽃이 봄꽃의 대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아마 전국적으로 벚나무를 가로수로 심고 지역축제를 벌인 결과가 아닌가 한다.
벚꽃이 전국을 뒤덮고 있지만 벚꽃은 일본의 꽃으로 인식되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실제 일본에서는 관습상 벚꽃이 국화(國花)로 인정되며 후지산, 태양과 더불어 일본의 대표 상징이기도 하다. 일본 경찰과 자위대의 휘장에도 벚꽃이 들어가며 벚꽃을 소재로 한 문학작품도 무수히 많다. 벚꽃이 필 때면 벚나무 아래에서 여흥을 즐기는 것을 ‘하나미’라고 하며 대표적인 일본의 봄 풍경이기도 하다. 일본사람들의 벚꽃 사랑은 각별하다. 일제 강점기 당시 창경궁에 벚꽃을 심고 동물원을 만들어 궁궐을 유원지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벚꽃이 일본의 꽃이라는 인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피는 벚꽃이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일본 벚나무의 원조가 제주도 한라산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즉, 벚꽃의 원조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어느 나라에 있던 벚꽃은 벚꽃일 뿐이며 그 나라가 어떻게 활용하고 즐기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사실 벚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부터 활용되었다. 팔만대장경 목판의 절반 이상이 벚나무 목재였으며 조선시대에도 활의 재료로 벚나무가 이용되기도 하였다. 그 당시의 벚나무가 지금과 동일한 수종이었는가는 회의스럽지만 우리나라에도 벚나무는 오래 전부터 있었으며 목재로 사용되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시대까지 벚꽃은 그리 중요한 봄꽃이 아니었다. 오히려 복숭아꽃, 살구꽃이 꽃구경의 주 대상이었다. 벚꽃 구경이 일반화된 것은 일제강점기 시대 한반도에 살던 일본인이 벚꽃을 대량으로 심기 시작한 이후이다.
한국인에게 벚꽃이 주목받은 계기는 벚꽃이 피는 시기에 열리는 진해 군항제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진해는 일제 강점기 군항으로 개발되었으며 도시 미관을 개선하기 위하여 벚나무를 대량으로 심었다. 초기에는 벚나무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으나 1963년부터 시작된 군항제와 함께 벚꽃이 주목되기 시작하였다. 군항제는 1952년에 세워진 이순신 장군 동상에 추모제를 지내는 것으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부대행사가 늘어나고 계절적으로 벚꽃 만개 시기와 겹치면서 군항제는 벚꽃을 즐기는 축제로 변화된 것이다. 해군기지가 있는 진해에서 벚꽃축제가 열린다는 점에서도 벚꽃은 군사적 이미지와도 연결된다. 일본에서도 벚꽃은 자위대의 휘장, 사무라이의 상징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군사적 이미지와 결부되어 있다.
벚꽃은 짧은 시간에 활짝 피었다가 질 때도 순식간에 꽃잎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일본인의 기질과 닮았다고 인식된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국화(國花)인 무궁화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피었다가 지고 다시 핀다는 점에서 벚꽃과 대비되어 인식된다. 두 나라의 민족성 또는 국민성이 벚꽃과 무궁화로 설명되는 셈이다.
짧은 기간 동안 피었다가 스러진다는 점에서 벚꽃의 아름다움은 꽃이 스러질 때 정점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바람에 눈발처럼 흩날리는 벚꽃은 비장함마저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벚꽃은 만개하였을 때 비가 오고 비와 함께 꽃잎이 스러진다. 바람에 눈발처럼 흩날리는 벚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에 젖어 땅에 달라붙은 모습으로 끝난다. 벚꽃은 한일간에 서로 다른 모습과 이미지로 나타난다.
한일관계의 난맥상도 어쩌면 벚꽃에 대한 인식 차이만큼이나 접점을 찾기 어렵게 느껴진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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