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뉴수_김창민 수요칼럼] 화재로 인한 문화재의 재난에 대비하자

전주대학교 교수ㆍ인류학
문화재는 훼손되면 원형성 유지하기 어려워
목조 문화재가 많은 한국, 화재에 취약
문화재 보존은 후손에 대한 책임

 

경북 영주에 있는 부석사 무량수전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다. 무량수전은 건축의 아름다움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고려말에 건축되어 지금까지 유지된 역사성으로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반면 국보1호인 숭례문은 조선시대 한양의 정문으로서 그 가치가 인정되지만 2008년 전소된 뒤 복원되어 원형으로서의 가치는 많이 훼손당하였다.

▲사진_부석사 무량수전/ 출처 EBS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원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문화재 복원 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복원을 할 때에는 원형인 부분과 복원된 부분을 구분하여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전소되거나 파괴되어 완전히 새롭게 만든 문화재는 원형대로 복원하기도 어렵지만 복원한다고 하더라도 원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문화재는 화재나 파괴로부터 더 철저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한국의 문화재는 목조가 많다. 그만큼 화재에 취약하다. 숭례문 화재와 낙산사 화재의 예에서 보듯 화재가 일어나면 목조건물은 전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외에서도 목조 문화재가 화재로 소실된 사례가 무수히 많다. 근래에만 하더라도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과 오키나와의 슈리성이 화재로 완전 소실되었다.

 

화재로 인한 문화재의 소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발화 지점을 줄이는 것과 감시 시스템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발화 지점을 줄이는 것은 문화재를 화재의 원인으로부터 차단하는 것이다. 문화재 구역 내에서는 흡연을 철저하게 금지 하는 것, 고열을 방출하는 전등은 사용하지 않는 것, 촛불과 화목 등 물리적인 불의 사용을 최소화 하는 것, 산불로부터 화기가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하여 방화 벨트를 조성하는 것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화재 감시 시스템을 수립하는 것은 문화재 구역 내에 상시로 화재를 감시하는 인원을 배치하는 것, 열 감지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 분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또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수립하고 훈련을 통하여 실제 상황에 대비하여야 한다. 화재 발생 시 대피해야 할 문화재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담당자를 지정하는 것, 단계별 화재 진압 방법을 정하는 것, 소방대원이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을 계산하여 긴급 대응 방법을 정해 두는 것 등이 필요하다.

 

문화재는 국가와 국민이 상징적 자산이며 자부심의 근원이다. 세계문화유산은 인류 공동의 유산이며 보존과 향유를 인류가 함께 하여야 한다는 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은 후손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문화재는 한번 소실되면 원형 회복이 어렵고 가치도 훼손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문화재를 재난으로부터 보호하는 노력은 아무리 철저하게 하여도 오히려 부족하다.

 

원본: 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