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뉴스_김창민 수요칼럼] 재난 사회가 오고 있다

전주대학교 교수ㆍ인류학
현대사회는 '재난사회'
자연재해는 인간이 개입된 현상이라는 인식
피해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 중요

 

허리케인, 홍수, 폭염, 쓰나미 등 자연재난은 인류에게 강력한 위협이다. 이런 재난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현재 인류가 당하는 재난은 과거의 재난과 사뭇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현대 사회를 ‘위험사회’라고 갈파하였다. 위험이 상존하고 그 위험이 미치는 범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는 의미이다.

 

 

현대사회는 재난이 상존하고 재난이 미치는 피해의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가히 재난사회라고 할만하다. 현재의 재난이 특별히 더 치명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원인에 기인한다. 하나는 인구의 증가와 인구 밀집도의 증가로 피해의 규모가 과거에 비해 현격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의 쓰나미는 자그마한 해안 마을을 파괴하였지만 현재의 쓰나미는 해안 도시와 대규모 휴양지를 파괴하며 따라서 그 피해가 엄청나게 커졌다.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면서 자연재해의 피해 규모도 동시에 커진 것이다.

 

 

재난이 치명적인 두 번째 이유는 인구 이동의 증가와 국가간 네트워크의 증가로 피해가 전지구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붕괴가 전지구적으로 방사능 피해를 준 것이나 최근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지구적으로 피해를 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자연재해는 자연현상이 초래한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개입된 현상이기도 하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분산되어 살지 않고 밀집해서 살고 있는 것이 재난의 피해가 커진 중요한 원인이며, 무분별한 자연 훼손이 자연 재난을 불러오는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바이러스의 공격은 80% 정도가 동물과 관련되어 있다는 보고가 있다. 야생동물을 남획하고 함부로 접촉함으로써 인류는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와 접촉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박쥐 또는 천산갑에서 연유되었다는 보고가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인간의 생활 방식이 재난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재난이 불가피하게 온다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비하여야 한다. 그 대비 방법은 인류의 생활방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전지구적으로 가난한 지역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러스는 가난한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야생동물을 잡아 식용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는 한 바이러스의 침공은 피할 수 없다.

 

 

또한 숲을 불질러 화전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 한 홍수의 피해를 피할 수 없고, 화석연료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는 한 지구온난화도 피할 수 없다. 국가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재난도 전지구적 현상이 되고 있고 따라서 그 대응도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가난한 국가, 지역,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재난을 극복하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