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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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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범들이 대마도의 간논지(관음사)에 있던 불상 하나를 훔쳐 부산항으로 밀반입하고 그것을 판매하려다가 이듬해 1월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이 불상의 몸체 안에는 서기 1330년 고려국 서주(지금의 서산시)에 주조했다는 결연문이 있어 이 불상이 서산의 부석사에서 주조된 것임을 알려줬다. 한편 간논지에 따르면 이 불상은 1526년부터 간논지에서 소유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도난품이 된 이 불상은 부석사와 간논지 사이에 소유권 분쟁에 휩싸였다.

▲사진_서산시 공보실
범인을 검거한 검찰은 이 불상을 국립문화유산원에 보관했다. 부석사는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부석사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부석사는 법원에 점유이전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3년간 반환을 유예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려 이 불상이 간논지로 돌아갈 수 없도록 조치했다. 3년의 유예기간이 끝나자 부석사는 다시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유체동산 인도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부석사에서 제작된 이 불상이 왜구에 의해 약탈당한 것이라면서 소유권이 부석사에 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에서는 약탈된 문화재라도 부석사가 불상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시효가 만료되었다면서 부석사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긴 소송 끝에 2023년 10월 대법원은 간논지가 수백 년간 큰 문제없이 불상을 점유하고 있었다면 소유권은 간논지에 있다고 판결해 13년 만에 이 불상은 대마도의 간논지로 넘어가게 되었다.
불상의 소유권을 두고 벌어진 이 분쟁은 많은 부작용을 일으켰다. 우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감정에 의하여 마치 사실인 것처럼 호도됐다. 대표적인 것은 이 불상이 왜구에 의해 약탈됐다는 주장이다. 이 불상이 왜구에 의해 약탈된 것이라는 근거는 부족했지만 이 주장은 법원에 의해서도 인정됐다. 어떤 사람들은 임진왜란 때 약탈됐다고 주장했다. 이것 역시 근거 없는 주장이었지만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대마도는 직선거리로 부산에서 약 40k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일본의 후쿠오카에서는 약 80km정도 떨어져 있어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더 가깝다. 조선시대에는 대마도가 조선통신사의 교통로였으며 대마도주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 불상이 대마도에 기증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불상이 어떤 연유로 간논지에 안치됐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상은 왜구에 의해 약탈된 것이고 따라서 소유권이 부석사에 있다는 주장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한편 절도범들에 의해 불상이 도난당하고 한국에서 불상을 반환하지 않아 대마도와 한국간의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다. 대마도는 조선통신사를 기념해 한국의 날을 제정하는 등 그동안 우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 대마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도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대마도에 혐한 감정이 생겨났으며 간논지는 한국인 출입을 금지했다. 절도범이 훔친 것이라면 그 물건을 우선 점유자에게 돌려주고 소유권 논쟁은 그 이후에 하는 것이 타당했지만 훔쳐 온 김에 소유권을 되찾자는 생각이 일을 크게 만들었다.

▲사진_대마도 항구 / 한국재난뉴스 DB
대법원의 판결 이후 부석사는 이 불상을 100일간 부석사에 모신 뒤에 간논지로 돌려보내게 해 달라고 요청해 국립문화유산원에 보관되어 있던 이 불상은 부석사에서 100일간 머무를 수 있었다. 간논지도 도난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 불상을 간논지가 아닌 시립대마도박물관에 보관하기로 결정했다.
문화재 소유권은 민감한 주제다. 특히 제국주의 시절 식민지로부터 반출해 간 문화재의 소유권을 두고 국제적인 논쟁이 진행 중이다. 판매나 기증 등 명확하게 문화재가 이동한 경위를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 경위를 알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외국에 있는 문화재의 소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이동 경위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결국 점유 기간에 의해 소유권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 사건은 보여주고 있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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