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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혐오는 어떤 것을 기피하거나 증오하는 감정이다. 누구에게나 혐오의 대상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사람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혐오의 가장 대표적인 예는 인종이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은 흑인을 혐오한 역사가 있으며, 미국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혐오가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성별이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여성 혐오는 상대방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기피하거나 증오의 감정을 갖는 것이며 반대로 남성 혐오는 상대방이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나타난 김치녀, 메갈 등의 용어는 여성 혐오의 상징이며, 반대로 한남 등의 용어는 남성 혐오의 상징이다.
혐오는 대상을 존재 그 자체로 싫어하는 감정이다. 여성 혐오자들은 그 여성이 어떤 여성인지에 대한 관심이 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한다. 그리고 이 혐오의 감정은 확증편향의 성격을 가져 확대 재생산된다. 종종 혐오의 감정은 인터넷을 통해 재생산되기도 한다. 사이버 커뮤니티는 다양한 의견이 소통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특정한 의견만 확대 재생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성 혐오자들이 모인 사이버 공동체에서는 남성 혐오의 감정만 확대 재생산되고 여성 혐오자들이 모인 곳에서는 여성 혐오의 감정만 재생산된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나 SNS 같은 공간에서도 게시물에 동일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아 이런 혐오의 감정이 재생산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이런 혐오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당 지지자들은 야당 정치인뿐 아니라 야당 지지자들까지 혐오하며 야당 지지자들은 반대로 여당 지지자들을 혐오한다. 서로를 ‘개딸’이니 ‘태극기 부대’니 하면서 혐오의 감정을 재생산한다. 민주주의는 선거 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정치인을 지지하고 경쟁하지만 선거의 결과는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혐오의 감정으로 선거 이후에도 상대방 정치인이나 지지자들을 확증편향적으로 싫어하게 된다.
근래 대통령이 시작한 이념 논쟁은 이런 혐오의 감정을 부채질하고 있다. 공산주의자면 그가 독립운동을 하였거나 말거나 우리 역사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장 항일운동이나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에게 정신적 지주였다는 그의 행적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듯하다. 이런 생각은 반대진영으로부터 친일파 규정이라는 반작용을 불러와 일제 강점기에 조금이라도 일본에 협조하였으면 그의 인생이 어떠했던지 상관없이 친일파로 매도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작 비난받아야 할 친일파는 일본의 작위를 받고 일본의 지배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사람들이지만 이들에 대한 정죄보다 일제시대에 말단 경찰을 했거나 만주의 군관학교를 졸업하고 하급 장교를 한 사람들에 대한 정죄가 더 깊다.
한 개인의 인생은 공산주의자 또는 친일파라는 한 단어로 규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상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보면 공산주의를 선호하거나 친일을 선호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우리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 반대로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이다. 공산주의자로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국민을 살해한 책임이 있다면 그의 행적은 비판받아야 한다. 친일파로서 우리 민족의 독립운동을 방해하였거나 적극적으로 일본 지배에 동조하였다면 그의 행적은 비판받아야 한다. 반대로 항일운동을 한 행적이나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침략자들과 싸운 공적도 인정되어야 한다.
혐오의 감정은 개인의 인생을 한 마디로 단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상대방이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성별이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또는 공산주의자나 친일파라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감정을 가질 수는 없다. 혐오는 공존을 지향할 수 없다. 혐오를 넘어서는 사회가 되기 위해 먼저 정치 지도자들이 나서야 하며, 우리 모두가 이 혐오의 감정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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