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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가능할까?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객관적이라고 하고 사실을 자기 마음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주관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학문의 영역이나 정책의 영역에서는 주관적인 것에 비해 객관적인 것을 더 바람직하게 여긴다. 그러나 인간이 객관적일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성장하면서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경험에 따라 사실을 보는 눈이 생기게 된다. 이를 주관이라고 한다. 동일한 사실이라도 주관에 따라 서로 다르게 해석된다. 기온이 32도일 때 어떤 사람은 덥다고 하고 다른 어떤 사람은 여름 날씨에 그 정도는 시원한 편이라고 한다. 이렇듯 주관은 동일한 사실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지만 서로 다른 주관이 상호작용을 하면 간주관성 또는 상호주관성이 생겨 자기의 주관이 변하기도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에 토론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이 객관적일 수는 없지만 상호주관성으로 자신의 주관성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의 주관 또는 해석을 무시하고 자신의 주관만 강조하는 것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즉, 확증편향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에 부합되는 사실만 진실한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간절히 바랄 때, 또는 자신의 신념을 굳게 지키고 싶을 때 주로 나타난다. 확증편향에 사로잡히면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주관과 다른 정보는 ‘가짜 뉴스’로 폄하하기도 한다.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건설과 관련하여 찬성 또는 반대하는 사람들은 전형적인 확증편향의 경향을 보였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중ㆍ저준위 방사능 폐기물이라도 방사선 오염을 피할 수 없고, 그 피해는 농작물, 태아, 수산물 등에 무차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정보만 확대재생산하였다. 반면 찬성하는 사람들은 방사능 폐기물의 방사선이 일상생활에서 받는 방사선과 큰 차이가 없으며, 핵에너지 전문가들이 안전하다고 하였다는 주장만 확대재생산 하였다. 이렇듯 확증편향은 자신과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하여 자신의 주관과 다른 주관을 가진 사람을 적대시한다.

 

 

확증편향의 위험은 큰 조직이나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가질 때 더 크게 나타난다. 국가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확증편향이 나타나면 그 확증과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소외되고 악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늘 자신이 확증편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야당 또는 자신과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고 토론하여야 한다. 대화를 통하여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으며 그 생각에도 타당성이 있다고 인식함으로써 자신의 확증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여름 전력 공급이 위기라고 한다.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전력 공급에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탈원전이라는 확증편향이 원전의 단점과 대체 에너지의 장점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였고 원전은 악, 대체 에너지는 선이라는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 투기세력 때문이라는 확증편향도 다주택 소유의 단점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전세나 월세의 공급자가 다주택 소유자이며 다주택 소유자가 많을수록 전세 또는 월세 공급이 많아져 가격 안정의 요인이 된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정권말이 되면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확증편향이 최저임금의 속도조절로 어느 정도 벗어나고 있으며, 중단되었던 원전이 조금씩 재가동 되고 있고, 부동산 정책에서도 변화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역시 정치는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이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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