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한국재난뉴스_당신은 안전하십니까 ④] 유행 조짐 보이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우리나라의 방역조치는 ‘안전’한가

한국재난뉴스 2020. 10. 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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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9월 이후 1년 만이다. 지난 9일, 화천군의 한 양돈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를 구축해 방역을 강화했다.

중수본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9일 05시 부터 12일 05시까지 경기·강원 양돈농장·축산시설(도축장·사료공장 등)·축산차량 일시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이 기간 동안 중수본은 정밀검사와 소독 등 초동 방역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판단이다.

해당 전염병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되는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한번 감염이 발생하면 전염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감염이 발생한 근방의 돼지도 모두 살처분 대상이 된다. 게다가 치사율도 100%에 가깝고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는데다가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 방역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최초 발병이 확인되면 해당 농가를 폐쇄하고 해당 농장을 출입한 사람까지도 모두 추적해 다른 농장이나 축산 시설을 방문했는지 확인하고, 필요 시 정밀검사 및 방역을 시행한다. 워낙 전파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초동 방역은 ‘과하도록’ 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종간 장벽으로 인해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바이러스다. 웬만한 방법으로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섭씨 80도 이상의 고온에서 30분 이상 가열해야 바이러스가 사라진다. 따라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발병한 돼지를 소각하는 것이다. 유럽에선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면 발병한 돼지를 쓰레기 소각장 등으로 보내 소각해 바이오매스로 이용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각 대신에 매립 방식을 통해 돼지를 살처분한다. 매립방식은 소각방식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비용절감과 빠른 처리 속도를 중시하여 이 방식이 채택된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효율이 큰 만큼 부작용도 크다. 돼지 사체를 매립한 토양에서 썩은 핏물이 올라오거나, 악취가 발생하고 토양이 썩는다. 썩은 토양은 풀 한포기 자라지 못하는 '죽음의 땅'이 된다.

지표뿐만 아니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것이 보다 심각한 문제이다. 썩은 돼지 사체에서 나온 오염된 침출수는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이 지하수가 상수원에 유입되면 관내 지역의 수돗물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돼지 사체를 소독하고 매립지역을 방수포로 감싸는 등의 방역조치를 한다고는 하지만 돼지가 썩어서 지하수와 토양이 오염되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악취를 방지하기 위해 땅을 깊게 파서 매립하면 지하수 오염의 위험이 커지고, 그렇다고 너무 얕게 파면 주변 토양이 썩고 악취가 발생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된다.

게다가 살처분한 사체에 바이러스가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야생 멧돼지에게 바이러스가 옮아 방역이 실패할 수도 있다. 이렇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완벽한 방역을 위해 감염된 돼지를 과감히 살처분하고, 살처분한 돼지를 매립하는 것이 아닌 고온으로 소각하며, 강경한 방역조치를 동원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돼지의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므로 돼지고기는 물론 돼지고기로 만드는 가공육과 그 대체제인 육류 등의 가격이 폭등한다. 이로 인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고 전반적인 서민 경제를 악화시킨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유행은 환경에도 경제에도 우리에게 심각한 타격을 가져온다. 그렇기 때문에 원천 차단이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국내에 수입되는 돼지 산물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여 애초에 국내로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야생 멧돼지를 통해서도 감염이 이뤄질 수 있으므로 항상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해외에서 농가나 축사를 방문한 입국자는 반드시 신고하여야 한다. 일상에서는 잔반과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 잔반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돼지 먹이로 쓰는데, 가열하지 않고 조리하거나 가공한 육류에는 바이러스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현재까지 유효한 치료제도 백신도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의 DNA구조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지난 1월 블룸버그통신이 미국미생물학회(ASM)를 인용하여 아프리카돼지열병에 100% 효과가 있는 백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상업화에 앞서 규제 요건 충족에 필요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하루빨리 백신이 상용화 돼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더 이상 고통 받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원본: http://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