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칼럼] 임도를 더 적극적으로 개설하자

한국재난뉴스 2025. 4. 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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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사진_한국재난뉴스 DB

 

금년 봄은 유독 산불이 잦다. 봄철에는 서고동저의 겨울철 기압 배치가 남고북저로 바뀌면서 양간지풍이라고도 하는 남서풍이 분다. 남서풍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넘으면서 산맥 동쪽에 건조한 바람을 일으키기 때문에 봄철에는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금년에는 강한 바람으로 인해 한 번 발생한 산불이 급격하게 확산돼 그 피해를 크게 키웠다.

산불이 발생하면 일차적으로 헬기를 이용한 공중 진화를 한다. 많은 물을 담은 헬기가 공중에서 물과 방화제를 살포해 주불을 잡는다. 헬기를 이용한 산불 진화는 불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고 초기 진화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결국 최종적으로 산불 진화는 육상에서 이뤄진다. 주불이 잡히면 나머지 불을 잡기 위해 소방차가 물을 살포하고 소방관이 최일선에서 불의 확산을 차단하고 잔불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소방관이 산불의 경계지점까지 접근하는 것이 산불 진화의 관건이다.

산불은 대부분 산 중턱과 정상에서 활성화된다. 산불이 나면 불이 난 산은 고온으로 저기압 상태가 돼 상대적으로 고기압인 산 아래에서 산 정상부로 바람이 불기 때문이다. 즉, 골바람을 타고 산불은 산 정상부를 향해 이동한다. 산 아래 부분보다 상대적으로 산 중턱이나 정상부에 산불 피해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산불 확산의 경계는 늘 산 중턱 부근이다.

육상에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서는 산불이 난 지점까지 사람이나 소방차가 이동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자동차나 사람이 이동할 임도나 산악도로가 태부족이다. 산에 길을 내는 것은 자연훼손이라고 인식돼 산에 길을 내는 것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도가 없으면 소방관이 소방 호스를 들고 산불 경계지점인 산 중턱까지 산을 올라가야 한다. 잔불 진화를 위해서도 물 배낭을 지고 산을 올라가야 한다. 보통 물 배낭은 15리터 정도를 담는데 이 정도의 물은 잠깐이면 소진된다. 따라서 소방관들은 다시 산을 내려와 물 배낭에 물을 채우고 산을 올라가는 일을 반복해야 한다. 산불을 진화하는데 걸리는 시간보다 물 배낭을 지고 산을 오르내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많고 체력 소모도 더 심하다.

이런 어려움은 임도나 산악도로가 있으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산불이 확산되는 경계까지 소방차가 올라 갈 수 있으며 잔불 진화를 위해 이동할 때도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임도는 산불 확산을 방지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임도에는 나무가 없기 때문에 산불을 차단하는 역할도 일부 가능하다. 임도는 산림녹화나 산림 관리를 위해 개설한 도로다. 나무를 심는 일이나 관리하는 일 못지않게 산불로 산림이 훼손되는 것을 막는 일도 중요하다. 여러모로 임도는 산림 관리를 위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임도를 내는 일에 소극적이다.

임도에 대한 소극적인 인식은 변화될 필요가 있다. 임도는 산을 즐기는 데도 효과적이다. 과거에는 산 정상까지 오르는 등산이 선호되었지만 현대에는 산 중턱을 걷는 둘레길 걷기가 선호된다. 임도가 있으면 산 정산까지 힘들게 오르지 않더라도 자기 체력에 맞게 산을 걸으면서 즐길 수 있다. 오히려 산림의 속살을 보는 데도 임도는 제격이다. 숲 사이로 난 임도를 걸으면 숲을 온전히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임도가 산불 진화에 절대적으로 필요함은 말 할 필요도 없다. 숲이 잘 조성된 산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임도를 개설해 평소에는 숲의 아름다움을 즐기고 위기 상황에는 산불 진화의 통로로 이용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모색될 필요가 있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