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칼럼] 동지에 새겨보는 새 희망

한국재난뉴스 2024. 12. 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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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동지는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로서 통상 12월 21일 또는 22일이다. 입춘을 24절기의 시작으로 보면 동지는 24절기 중 22번째에 해당하는 절기다. 동지 뒤에도 입춘 사이에 소한과 대한이 있다. 동지는 태양이 남위 23.5도, 즉 동지선에 위치하는 날로써 남중고도가 가장 낮은 날이다. 따라서 태양의 복사열이 지구에 미치는 양이 가장 적은 날이다. 동지는 북반구에서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절기이기는 하지만 추위는 소한 때 가장 심하다. 태양의 복사열이 지구에 내리는 양과 지구의 기온 사이에는 시차가 있기 때문이다.

동지에는 팥죽을 먹었다. 팥죽은 붉은색으로서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는 주술적 믿음이 있었다. 중국의 고사에 공공씨의 아들이 동지에 죽어서 병을 옮기는 역귀가 되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살아있을 때 팥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동짓날에 팥죽을 쒀 악귀를 물리치는 관습이 생겼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팥죽에 넣은 새알을 나이만큼 먹어야 나이가 한 살 더 늘어난다는 믿음이 있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동지는 어린이와 관계를 갖는 절기였던 셈이다.

▲사진_팥죽 새알 / 한국재난뉴스 DB

 

동지는 음력 11월이다. 그래서 음력 11월을 동짓달이라고 한다. 그런데 동지가 음력 11월 10일 이전에 들게 되면 ‘애기동지’라고 해 팥죽을 먹지 않았다. 애기동지는 어린이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속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동지는 11월에 속해 있고 24절기의 마지막도 아니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절기로 인식된다. 유럽에서는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지다가 동지를 기점으로 다시 낮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동지축제를 지내기도 했다. 이는 태양신을 섬기는 전통이었다. 태양의 길이가 줄어드는 것은 부정적인 현상으로, 그리고 태양의 길이가 길어지는 것을 긍정적인 현상으로 인식한 이들은 동지를 새로운 시작점으로 인식했다. 우리나라도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 해 새해를 맞이하는 날로 기념했다.

시간은 진행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고 순환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2024년이 지나면 2025년이 온다는 것은 시간을 진행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역사도 진행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삼국시대가 지나 고려시대가 왔고 고려시대를 지나 조선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과거는 다시 오지 않으며 역사적 사건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이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시간을 인식하면 모든 것은 진보 또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순환한다고 생각한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지만 가을과 겨울을 거쳐 봄은 다시 돌아온다. 시계가 원형으로 만들어진 것은 시간을 순환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시간을 순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나쁜 상태는 좋아지기 전 단계이며, 좋은 상태는 나빠지기 전 단계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길이가 짧아지다가 동지를 기점으로 다시 태양이 길어진다는 순환론적 사고는 아무리 겨울이 추워도 다시 봄이 온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뜬금없는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로 나라가 혼란스럽다. 정치는 이제 우리나라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제도 침체돼 있고, 외교, 교육,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 곳곳에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국운이 이제 침몰 단계로 접어들었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순환론적 사고를 가지면 절망은 희망의 징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나라를 잃은 경험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적도, IMF의 위기를 겪은 경험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난 저력을 가지고 있다. 나라가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 큰 희망을 가져야 한다. 금년 동지는 마침 ‘어른 동지’에 해당한다. 일 년 중 가장 긴 밤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붉은 팥죽을 먹으면서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