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엑스포의 빛과 그림자
한국재난뉴스
2024. 10. 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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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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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수차례의 엑스포가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엑스포로는 대전 엑스포와 여수 엑스포가 있다. 엑스포는 세계 각국이 참여해 자국의 상품을 소개하는 자리임과 동시에 각국의 문화를 보여주는 기회기도 하다. 엑스포는 세계인이 교류하는 장이며 따라서 인류 화합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엑스포를 유치하는 도시는 사회 기반 시설을 대규모로 확충하게 된다. 세계 각국 참여자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교통 시설을 확충하며 호텔을 비롯한 다양한 숙박시설도 마련된다. 또한 유치한 도시의 환경 개선 사업도 진행된다. 도로를 넓히기도 하고 공공시설의 화장실을 개선하기도 하고 도시 경관을 개선하기 위한 도시디자인 사업이 추진되기도 한다. 또한 엑스포를 진행하기 위해 각종 건축물이 건립되기도 한다. 즉, 엑스포를 유치하면 도시의 경관과 사회간접시설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러나 엑스포가 끝나면 이런 장점들은 순식간에 단점으로 변하기도 한다. 행사 동안 사용됐던 건물은 새로운 용도를 찾지 못해 흉물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조립식이나 가건물로 건축해 행사가 끝나면 해체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호텔에는 투숙객이 없어 적자에 시달리기도 하며 애써 건설한 고속도로나 고속전철도 이용자가 적어 유지비용만 과도하게 들어가기도 한다. 여수만 하더라도 많은 수의 호텔이 건축됐지만 숙박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엑스포를 했다는 흔적도 아쿠아 플라넷이라는 해양수족관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엑스포는 행사 이후 관광 상품으로도 활용되지 못해 여수는 엑스포 대신 밤바다가 대표적인 관광 상품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엑스포 이후 엑스포의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런 점에서 일본은 우리의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일본 역시 오사카 엑스포와 오키나와 해양 엑스포를 유치한 경험이 있다. 오사카 엑스포의 자리는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됐고 엑스포 때 가져온 각국의 유형 문화재들을 토대로 민족학박물관을 설립했다. 이 민족학박물관은 지금도 세계 각 지역의 문화 조사와 연구를 통해 전시를 강화하고 있으며, 대학원 과정을 운영해 비교문화 연구자를 양성하고 있다.
오키나와는 엑스포가 끝난 뒤 그 자리에 대형 아쿠아리움을 유지하면서 오키나와를 둘러싸고 있는 동중국해, 남중국해, 태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또한 엑스포가 열렸던 부지를 활용해 오키나와 전통 주택을 전시하는 등 오키나와 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중요한 관광 상품이 됐고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필수로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엑스포를 비롯한 국제 행사는 유치하고 추진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행사 이후 국제 행사를 통해 확보한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국제 행사를 유치하면 유형과 무형의 자산이 쌓이게 된다. 행사 이후 활용 방안을 미리 마련해 두지 않으면 이런 자산은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행사 이후 활용 방안을 미리 마련해 두면 이런 자산의 활용 가치는 극대화 된다. 국가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국제 행사를 유치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행사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는 소모적인 방법보다는 좀 더 내실 있는 행사가 되기 위해 사후 활용까지 염두에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