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MZ세대의 촌철살인] 웰빙 대리

한국재난뉴스 2024. 10. 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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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이 되고 싶은가?’

 

누군가 필자에게 팀장이 되고 싶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고개를 저을 것이다. 회사를 오래 다니게 된다면 과장 정도는 달게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차장, 부장, 그리고 임원이 된 필자의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부담이 크게 자리 잡는다. 부담 없이 6시에 칼퇴하는 대리에 반해 빈번하게 야근을 하는 모니터 너머의 A과장님, 항상 부족한 내 연차에 비해 잔여 연차 수가 그득한 B차장님. 이분들을 보며 필자는 만년 대리를 꿈꾼다.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는 대리 직급에 계속 머물겠다는 의미를 지닌 신조어가 생겼다고 한다.

‘웰빙 대리(웰빙+대리)’

관리자로 승진하는 것을 최대한 늦추려는 경향을 뜻하는 단어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이 Z세대 사이에서 화제다. 높은 지위에 올라 좋은 연봉을 받는 것이 성공의 지표로 여겨지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이들은 직장 내에서의 성공보다는 개인적인 성장과 기술을 축적하는 데에 시간을 더 쓰길 원한다. 실제 지난 5월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MZ세대 직장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임원까지 승진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가 부담스럽다”는 것이 43.6%로 가장 높았으며 “임원은 워라밸이 불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도 13%를 차지했다.

많은 책임과 부담감을 떠안아야 하는 직장 내 성공보다는 개인의 발전이나 성장에 관심을 더 쏟는 MZ세대이다. 이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회사 생활 기간은 평균 9.1년이라고 한다. 그들이 보기엔 놀고먹고자 하는 심산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MZ들의 속사정은 복잡하다.

주위 동료들과도 이야기를 해보면 "더 늦기 전에"라는 문장 하나를 품고 마음 속 또 다른 꿈을 구상하거나 이미 그 꿈을 향해 발자국을 내딛고 있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자유롭게 일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발현하는 것이다.

회사에서 승진도 적당히, 일도 적당히를 외치는 이들의 마음에는 이처럼 또 다른 야망이 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한다는 것은 회사에서 높은 직책을 맡는 것보다 더 큰 책임과 스트레스를 수반할 것이다. 자유와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 더 많은 자유를 얻으려면 그만큼의 책임도 감당해야하듯 말이다. 하지만 필자는 당찬 그들을 응원하고 싶다.

불안정한 경기, 점점 더 빨라오는 정년퇴임 나이, 잦은 이직 속에서 회사가 미래를 책임져주던 시절은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자신의 살길은 자신이 발굴해야 하는 시대다. 한 번 당차게 살아보려고 하는 청춘들을 응원한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7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