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한국재난뉴스_칼럼] 신데렐라 콤플렉스

한국재난뉴스 2024. 9. 1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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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가난하고 사회적 지위가 낮았던 신데렐라는 왕자님을 만나 일순간 사회적 지위가 상승한다. ‘신데렐라 콤플렉스’, 심리학에서는 자신의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사람이 외부의 힘에 의해 그 목표를 가볍게 달성하려는 심리를 이렇게 말한다.

복권에 당첨돼 순식간에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구나 가상화폐에 투자해 대박을 꿈꾸는 것, 그리고 건물주가 되고 싶어 하는 것 등도 이런 콤플렉스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욕구는 현재 우리 사회 젊은이들이 누구나 한 번씩은 가져본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노력에 의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왜 노력에 의한 누적적 성취가 어렵게 되었는가’의 문제는 사회적 성찰을 필요로 한다. 이 성찰에는 경제 성장, 인구 구조의 변화, 도시화 등이 총체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평균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가면 성장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경우에도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는 고도 성장기였다. 회사에 취직하면 승진이 당연시됐고 자영업을 하는 경우에도 성장은 쉽게 이뤄졌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고도화되면 더 이상 성장할 여지가 적어진다. 즉, 성장이 아니라 현상 유지가 현실적인 목표가 된다. 회사에 취직을 해도 승진이나 급격한 급여 인상을 기대하기 어렵고 직장을 수평적으로 옮기는 것이나 연봉제에 의해 매년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인구 구조의 문제는 더 본질적이다. 우리 사회의 평균 연령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중위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올해 우리나라 중위연령은 46세이지만 1997년에는 30세였고 1976년에는 20세였다. 다시 말하면 올해 46세 되는 사람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의 수와 자기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의 수가 같지만 1997년에는 30세이던 사람이, 1976년에는 20세이던 사람이 이것에 해당되었다. 1976년에 20세가 감당하던 사회적 역할을 금년에는 46세가 감당하는 셈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30대가 학계 원로였고, 핵심적인 경영층이었으며 정치적 리더였지만 지금 30대는 아직까지 어린이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지금의 20대, 30대는 자신의 노력을 통해 뭔가를 이루어가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도시화는 또 다른 맥락에서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원인이 된다. 현재 저출산과 고령화로 세계 각국이 고민 중인 것 같지만 이는 극히 일부 국가에 한정된 문제다. 오히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는 인구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저출산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일본, 한국 등 도시국가나 도시화률이 높은 나라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도시는 인구가 집중되기 때문에 모든 영역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부동산 가격이 높으며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도시는 개인적인 노동이나 노력에 의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매우 어렵다. 우연히 주어지는 일확천금이나 백마 탄 왕자/공주와 결혼하는 것, 부모의 막대한 부를 상속받는 것 외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가 근로 의욕이 없고 한탕주의에만 매몰돼 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기성세대들이지만 지금의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들이 살았던 시절과 다른 환경에서 살고 있다. 신데렐라 콤플렉스처럼 한 방에 도약하려는 심리는 삶의 조건과 환경이 바뀌어야만 진정될 수 있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나이로 판단하는 연령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30대 당 대표나 대통령 후보, 30대 학회장, 40대 경영자 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나이가 적어도 개인의 노력에 의해 목적한 것을 성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도시화로 인한 과도한 경쟁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 더 과감한 지방분권의 실시, 지방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 정책의 실시로 도시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들이 한 방만을 노리지 않고 건전한 혁신과 노력으로 성장하고 목표를 성취해 가는 모습이 뉴노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5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