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북조시대 양나라의 장승요가 관직에서 물러나 그림만을 열심히 그렸다는데, 어느 날 그가 벽면에 멋진 용을 그렸으나 눈이 없었다. 그런데 마지막 붓으로 눈알을 그려 넣었더니 용이 하늘로 날아갔다는 화룡점정 얘기가 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을 마무리해야 비로소 일을 완성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경제 성장과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에 따라 전기재해도 증가하는 실정이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정확한 실태 파악과 분석을 통해 전기재해 통계와 전기재해 예방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도 전기화재가 좀체 줄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기화재는 자연재해와 달리 정책과 기술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한다. 그런데 불구하고 최근 5년간(2018~2022년) 우리나라 전기안전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기화재는 연평균 8,522건 발생하고, 전기화재로 인한 사망 253명, 부상 1,719명이며, 재산피해액은 1조 2,000억 원으로 천문학적인 수치를 넘는다.
일반화재의 발화요인이 사람의 ‘부주의’ 다음으로 제일 큰 것이 바로 ‘전기’이다. 전기화재의 80%가 ‘전기 불꽃(아크)’ 때문이다. 2021년도에 발생한 이천 쿠팡 물류센터 대형 화재도, 올해 막대한 손실 입은 충남 서천특화시장의 화재도 그 원인이 모두 전기적 요인으로서 아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아크를 감지하는 기능이 배선용 차단기나 누전차단기에는 없다. 누전차단기는 누전과 과전류를, 배선용 차단기는 과전류만을 감지하여 전기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누전차단기나 배선용 차단기는 아크 현상에서 누설전류가 없거나 임피던스 증가로 전류가 감소하기 때문에 아크 감지가 불가하다. 아크 차단기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적용된 감지기능이 내장되어 전류를 분석하는 동작 원리로 전선이나 전기기기에서 발생하는 아크를 감지해 낸다. 이런 이유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는 아크 차단기를 사용하여 전기화재를 줄이고 있다.
다행히 최근 경상북도 구미시가 이상호 시의원의 발의에 따라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 조례를 제정했다고 전해진다. 조례에 따르면 시장이 화재 예방을 위하여 아크 차단기 및 전기안전 시설을 위해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 참으로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는 모범적 의정활동으로 평가받을만하다.
한편, 훨씬 앞서 2018년도에 경상북도에서도 조례에 ‘전통시장 및 상점가의 활성화 사업’을 규정하여 전통시장 화재 안전 사업지원의 근거를 마련하였지만, 아직 일부 경로당 외에 전통시장 보급 실적은 전혀 없어 조례제정 의미를 잃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전기화재의 위험에 노출된 상인들이 안타까운 실정이다.
아크 차단기 보급을 활성화해야 전기화재 발생률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소방시설을 통한 피해 감소도 중요하지만, 재난 안전 정책 차원에서 아크 차단기와 같은 전기화재 예방시설에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민과 시민 안전을 위한 화룡점정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