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한국재난뉴스_MZ세대의 촌철살인] 책을 좋아해, 하지만 읽지는 않아

한국재난뉴스 2024. 7. 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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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성인 종합독서율은 43.0%로 10명 가운데 약 6명이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서울국제도서전에 역대급 인파가 몰려들었다. 매년 열리는 행사인지라 늘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왔지만 올해엔 작년 대비 관람객이 15%나 늘어 총 15만 명을 기록했다. 주말엔 입장객들이 너무 많아 1시간의 웨이팅이 발생했을 정도라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보도자료와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필자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하진 않았지만 대학생 시절 독립출판 페어 퍼블리셔스테이블에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책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덜했지만 정말 재미있게 즐기며 쇼핑한 것들을 양손가득 들고 왔었다.

책에 관심이 없고 돈도 없는 대학생이 독립출판전을 즐길 수 있었던 이유는 작가들의 굿즈였다. 1만 원짜리 책은 선뜻 사지 못했지만 천 원짜리 엽서를 구매하는 데는 망설임이 없었다. 엽서, 자석, 포스터, 배지, 하물며 단추까지. 작가의 책에서 파생된 여러 굿즈들을 마치 다람쥐가 도토리 모으는 것 마냥 야금야금 사 모았던 그 기억은 여전히 내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 와중에 큰 결단(?)을 갖고 책을 구매하기도 했다. 당시 구매한 책은 태국의 유명하지 않은 도시를 여행하는 내용이었다. 한창 태국 여행에 심취했던 시기에 마주했고 더군다나 특이한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된 책이라는 말에 구매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기사를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 제목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면 필자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지는 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서울국제도서전이 큰 흥행을 이끌었던 것도 필자가 경험했던 재미 요소가 영향을 미쳤던 듯하다. 진중하게 책을 소비하는 문화가 아닌, 포토존, 북바인딩 체험 등을 통해 가볍고 유쾌하고 재미있게 소비하는 문화를 지향한 것이다.

혹자는 필자의 모습과 이번 도서전을 보며 결국 남는 것이 책은 아니지 않느냐, 잿밥에 관심이 더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일부 동의한다. 필자의 현 상태는 책을 감정적으로 좋아하지만 실제 실천으로 좋아하는 단계는 아니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국제도서전을 다녀온 사람들 중엔 필자와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꽤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본다.

만약 그렇다면 웰컴. 비록 지금의 우리는 성인 독서율의 평균을 깎아먹는 집단에 위치하지만 책을 사랑하는 잠재적인 가능성을 지닌 독자들이다. 흥미는 유발됐으니 행동으로 옮기며 책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보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8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