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칼럼] 대학 등록금은 자율화되어야 한다
한국재난뉴스
2024. 5. 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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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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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정책과 함께 대부분의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지 15년째가 돼가고 있다.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등록금 동결이 다행스럽겠지만 대학으로서는 이만큼 곤혹스러운 일도 없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즉 10년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9.8%였음을 고려해 보면 실질 대학 등록금 수입은 단순 계산해도 대략 20% 줄어든 셈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3”에 따르면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이 18,105달러인 반면 한국은 12,225달러에 불과하였다. 한국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대략 OECD국가의 2/3정도인 셈이다. 이런 정도의 교육비로는 대학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고등교육 예산에서 등록금 등 민간 부담이 정부 부담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OECD 평균은 정부 부담이 67.1%, 민간 부담이 29.9%인 반면 우리나라는 정부 부담은 43.3%에 불과하고 민간 부담이 56.7%에 달한다. 정부가 부담하는 고등교육비는 대부분 국공립대에 치중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 부담은 미미한 수준이다.
OECD국가라 하더라도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부담에 대한 인식은 국가마다 다를 수 있다. 북유럽과 독일 등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고등교육을 정부의 역할로 인식해 정부 부담이 높다. 반면 미국과 일본 등 비유럽국가들은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책임이 약해 등록금이 비싸다. 우리나라는 국공립대학은 정부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한 반면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정부 책임이라는 인식이 약하다. 그 결과 대부분의 정부 지원금은 소수의 국공립대에 집중돼 있다. 결국 사립대학은 학생 등록금으로 운영해야 하는 실정이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통제로 등록금이 15년간 동결, 재정난에 시달리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OECD 교육지표 2023”은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고사될 위기에 봉착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OECD국가에 비해 2/3의 교육비로 우수한 교육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낙후된 교육 시설, 저임금의 비정규직 교수진, 미미한 장학금 수준 등은 교육비 부족에 기인한다. 이처럼 고등교육을 위한 교육비 증가가 필수적이지만 우리 정부의 대응은 매우 소극적이다. 우선 교육단계별 정부 예산 지원의 불균형 문제가 있지만 이에 대한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 OECD 평균 초등교육비는 1인당 10,658달러, 중등교육은 11,942달러이지만 우리나라는 초등교육 13,278달러, 중등교육 17,038에 달하고 있다. 대학생은 OECD국가의 2/3 정도의 교육비로 교육받지만 초등학생은 1.3배, 중고등학생은 대략 1.5배의 교육비로 교육받고 있는 셈이다. 교육비에서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 역시 우리나라가 높다. 초중등학교의 경우 OECD국가는 정부 부담이 평균 91.2%이지만 우리나라는 94.7%다. 즉, 우리나라는 초ㆍ중등학교에는 OECD국가에 비해 정부 지원을 더 많이 하고 있지만 고등교육에는 지나치게 적은 부담을 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교육비 증가를 위해 정부 부담을 증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부가 이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면 등록금이라도 자율화 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유럽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지금도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고등교육은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정부 부담을 적극적으로 하는 국가들이다.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국가다. 그렇다면 등록금은 당연히 우리 정부와 같은 생각을 하는 나라들, 예를 들면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국가와 비교해야 한다. 미국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23,932 달러로 우리나라보다 대략 4배 정도 비싸다. 일본도 국립, 사립대학 모두 대략 우리나라의 2배 정도 높다. 고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최소한 등록금 자율화라도 시행해야 한다. 대학의 재정 위기를 두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