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칼럼] ‘고대의 아포칼립스’와 ‘패러다임 체인저’

한국재난뉴스 2024. 2. 2.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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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미 안데스 산맥 주변 아마존 지역에서 2천여 년 전 번성했던 도시의 흔적이 나왔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은 에콰도르 우파노 강 동쪽 산기슭에서 “광장과 도로가 특정 패턴을 따라 모여 있고 광범위한 농업용 배수로 및 큰 폭의 직선 도로가 얽힌 문명화한 풍경을 찾아냈다”라고 밝혔다. 이곳에서는 대략 기원전 500년 전부터 최소 1만 명, 최대 3만 명의 주민이 거주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이는 로마 시대 런던 추정 인구와 비슷한 규모라고 한다. 흔히 아마존을 자연 그대로의 황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연구 결과는 문화와 문명에 대한 서구 중심 사고방식이 다시 한 번 뒤엎어지는 증거로도 의미를 가진다.



한국 넷플릭스에는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지만 미국 등 해외 등지에서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가 있다. 영어로는 , 한국어로는 <고대의 아포칼립스>라는 8부작 다큐멘터리이다. 탐사 보도 기자이자 저널리스트인 그레이엄 핸콕은 멕시코 촐룰라, 인도네시아 구눙 파당, 마이애미 대홍수 흔적 등을 통해 인간의 고대 역사를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6000년 전의 이집트 문명보다 훨씬 이전인 기원전 1만 2000년 전, 이미 고도로 발전된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인도네시아의 구눙 파당이라는 유적지는 가로 150m, 세로 40m 크기에 5만 개의 돌조각으로 구성된 고대 피라미드 모양이다. 내부에는 최소 3개의 대형 직사각형 방이 있으며, 코어 드릴을 통한 조사 결과 무려 2만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기원전 4000년까지만 해도 동남아시아에서 대형 건축물이 지어지지 않았다는 주류학계의 의견과 완전히 반대되는 가설이다.



거대 건축물은 곧 문명을 상징한다. 고도화된 구눙 파당을 통해 그레이엄 핸콕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문명 훨씬 이전의 초고대 문명을 주장한다.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대홍수 전설 이후, 살아남은 고대문명의 난민들이 고도화된 문명을 전파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레이엄 핸콕의 주장은 주류 고고학 업계에서는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그의 가설은 학문적인 검증을 받지 않았고 일부 증거를 선별적으로 채택하여 일관성이 결여되었다며, 유사 고고학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고고학에 조예가 깊지 않은 필자로서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 가설이 그저 흥미진진할 뿐이다. 적어도 주류 역사가 설명하지 못했던 세계 불가사의에 한해서는 그 어떤 이론들보다도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 맹신하지만 않는다면, 이처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이론은 생각의 범위를 넓혀주는 순기능을 한다고 믿는다.

 


모든 역사는 승자의 역사라는 말이 있다. 이미 권력을 지닌 주류학계에 완전히 반대되는 이론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탄탄한 증거 그리고 그 이상의 권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새로운 발견이 정설로 자리를 잡는데에는 그만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바꿔 말하자면, 어떠한 이론이 하나의 정설로 자리잡는데에는 질타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말한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는 당시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를 열 손가락이 부족하도록 나열할 수 있다. 그만큼 시간을 거듭하며 증거가 쌓였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 그렇다면 그레이엄 핸콕의 가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질까? 확실한 것은 진실 여부를 떠나 이 가설은 인류 고대 역사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어갈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진실의 여부는 시간을 거듭해 쌓여나갈 연구가 그 결과를 말해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역사는 까마득하게 길고 인류는 오래 전부터 흔적을 추적해나가며 근원을 찾아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권력을 지닌 자들의 방해와 힘겨루기 싸움으로 방해받기엔 시간이 아깝다. 인류의 근원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빨리 마주할 수 있길 바란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