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MZ세대의 촌철살인] 연말에 닥치는 재난
한국재난뉴스
2023. 12. 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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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행복을 기원하는 크리스마스를 지나, 이제 연말을 바라보고 있다. 그저 흘려보내기 바쁜 하루를 보내왔을지라도 12월 마지막주가 다가오면 어떻게 해서든 내 삶에 특별함을 선사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곤 한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니 행복해야 해”, “이제 곧 연말이니 한 해를 잘 보내야 해”라는 생각 속에서 12월의 끝자락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사건사고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관계없이 언제든 들이닥친다.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고대하던 가족들에게도, 이전보다 더욱 찬란한 2024년을 고대하던 사람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크리스마스가 시작되던 25일 새벽,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일가족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을 피해 건물 4층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과정에서 갓난아이를 품에 안은 아버지가 사망했다. 아버지가 꼭 안고 있었던 덕에 아이는 무사다고 한다. 연말을 고대하던 주간에는 배우 이선균의 사망 소식이 우리에게 충격을 남겼다. 메모 형식의 유서를 남겨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연예계 감독과 배우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사고로 인한 재난이든 개인의 동기로 인한 재난이든 소중한 기념일에 들이닥치는 재난일수록 더욱 아프다. 지난해를 잘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희망차게 시작하려는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와중에도 삶을 살아내야 하는 유족들에게 다가오는 다음 해는 더더욱 가혹하게만 느껴질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찬 삶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처절하게 살아가야 하는 삶이 되어버리는 모순 속에서 우리 모두 살고 있다.
곧 다가올 2024년에 찬란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잠시,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가면 그저 또 살아지는 대로, 정신없이 휩쓸려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다시 연말이 오면 괜스레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며 곧 다가올 내년, 내후년을 기다릴 것이다. 매순간 치열하게, 열심히 살면서 정작 내게 다가올 찬란함에 구체적 실상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실체부터 그려내자. 내게 다가올 찬란함이 올바르게 그려진다면 적어도 내 삶을 자발적으로 마감하는 일은 닥치지 않을 것이다. 열심히 꿈을 쫓아 나아가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재난이 닥친다면 걱정하지말자. 또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길 것이다.
한순간 내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고, 어떠한 계기로 지난 삶과는 다른 삶을 살거나 마감할 수도 있는, 재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그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은 그저 12월 마지막 주차가 다가왔기 때문에 특별해지는 것이 아닌, 이제껏 살아온 삶의 결과물에서 선사되는 특별함의 산물이다. 내년 이맘때에는 내가 살아낸 삶으로 그 주차가 더욱 특별해졌기를, 그리고 지나온 시간 속에서 삶의 시련과 재난을 더욱 강인하게 이겨낼 수 있는 나로 성장했기를 바라보자.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