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MBTI의 이면
한국재난뉴스
2023. 12. 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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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MZ세대 사이에 MBTI가 유행인 모양이다. 사람을 MBTI 유형으로 이해하기도 하며, 심지어 채용에서나 주식 투자에서도 MBTI 성격 유형이 이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MBTI는 작가인 브릭스(Katharine C. Briggs)와 그의 딸 마이어스(Isabel B. Myers)가 융의 초기 분석심리학 모델을 기반으로 만든 성격 유형 검사이다. 심리학자가 아닌 사람들이 만든 검사지이지만 대표적인 성격 유형 검사로 이용되고 있다. 이 검사지에 의하면 모든 사람은 16가지 성격으로 분류 가능하며 각 유형은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람에 대한 이해는 크게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모든 인간은 같다’는 인식이다. 인간 심성의 제일성(The Psychic Unity of Humankind)이 이 관점이다. 인권, 윤리, 합리성 추구 등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피부색, 민족, 연령, 성에 상관없이 동일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차별 없이 대우받아야 한다. 인간 존중, 인류애 등이 이 관점에 기초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모든 인간은 서로 다르다’는 관점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바와 같이 인간은 가치관, 종교관, 경험 등에서 서로 다르다. 이 관점은 개인의 가치와 고유성을 중요시 하는 기초가 된다.
사람이 서로 다르다는 생각은 자칫 차별로 이어지기 쉽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종이다. 서로 다른 피부색을 기준으로 인종 개념을 만들고, 인종에 따라 신체적, 정신적 능력도 차이가 난다고 생각하였다. 자본주의 발생 이후 인종 개념은 특정 인종은 육체노동에 더 적합하다는 인식을 만들어 노동자 집단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신분 역시 사람은 서로 다르다는 인식의 하나이다. 신분을 위계화하고 세습함으로써 높은 신분의 사람과 낮은 신분의 사람은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인식하였다. 그리고 신분에 따라 사회적 역할을 할당함으로써 신분은 더 고착되었다.
근대 사회가 되면서 신분이나 인종 개념은 차별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그러나 사람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근대에서도 꾸준히 나타났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혈액형이다. 혈액형이 성격과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은 일본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국주의 시절 일본은 일본 본토 사람인 내지인과 식민지 사람인 외지인으로 국민을 구분하였다. 사람을 구분하고자 하는 시도는 제국주의 이후에도 유지되어 혈액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는 주장으로 나타났다. 이 구분에는 인간의 제일성보다 차별성이 더 강하게 내재되어 있다.
MBTI도 이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사실 모든 사람이 MBTI에서 구분하는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구분되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성격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수천, 수만 가지의 성격 유형이 나올 수도 있다. 또한 외향-내향, 감각-직관 등으로 사람의 성향이 정확하게 나누어지는 것도 아니다. 극단적인 외향과 극단적인 내향 사이 어느 지점에 사람의 에너지 방향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MBTI 성격 진단이 유행하고 있는 것은 자기의 성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측면과 함께 사람들의 차이를 강조하려는 시도도 내포되어 있다. 결국 이 차이에 대한 강조는 차별로 흐를 가능성도 크다. 성격 유형 중 어느 것이 좋다 또는 어느 것이 나쁘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는 하지만 ‘T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P는 즉흥적이다’는 등 편견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사람의 성격은 보편성과 특수성이라는 두 가지 축에 의해 이해되어야 한다. 다름 속에 같음이 있고 같음 속에 다름이 있다. 자칫 다름을 강조하는 것이 차별로 귀결되지 않도록 같음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MBTI 성격 유형도 절대시할 것이 아니라 그 한계를 인식하면서 상대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