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MZ세대의 촌철살인]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

한국재난뉴스 2023. 12. 1.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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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좋아하는 카페에서 신메뉴가 나왔다고 해 점심을 먹고 부리나케 카페를 찾았다.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려는데 앞에 있는 손님이 한참을 머뭇거린다. 키오스크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그저 늘 마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손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달지 읺은 커피’) 하나 주문하는 것인데 사이즈 표기 방식이 생소하고 선택해야 하는 옵션도 많으며 결제 방법도 다양하니 영 어려운 것이다. 가게 직원은 이 상황을 모르는 듯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필자는 그분이 음료 주문하는 것을 도와드렸고, 필자의 음료까지 주문을 마쳤다. 음료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며 매장 안을 둘러보는데, 카페 손님의 연령대가 다 앞선 손님과 비슷하다. 평일 낮, 여유롭게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연령대는 ‘시니어’였다.



우리는 모두 늙는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기술이 변화하는 속도는 빠른 반면 시니어들이 사회적으로 이를 부지런히 따라잡기 위한 제도는 더디게 마련되고 있다. 소외되는 계층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당연하고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나 역시 소외될 것만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10대 – 30대를 타깃으로 삼으며 그들을 위한 본격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들의 제품은 누구에게는 소비하고 싶어도 마냥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저 평범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는 것도 쉽지 않다.



건강, 경제유지,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불안 속에 시니어를 가두지 말자. 시니어는 나이가 들어 여유가 생긴, 하고 싶었던 것을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연령대다. 코로나19 때 한창 미스터트롯이 유행하던 시절, 미스터트롯1에서 진을 차지한 임영웅의 정규 앨범이 출시되어 10대들이 즐겨보는 음악 방송에 나온 적이 있었다. 이에 음악방송 시청률이 크게 반등했다. 임영웅의 두터운 팬들인 시니어들이 응답한 것이다. 음악 방송에서는 기존 아이돌 무대처럼 가사 텍스트 크기를 손톱 만하게 내보냈는데, 임영웅 무대에서도 동일한 크기로 자막을 내보내니 시니어 팬들이 방송사에 항의를 했다고 한다. 가사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팬들의 항의를 이기지 못한 방송사에서는 임영웅 노래에만 가사를 더욱 크게 내보내기도 했다.



급기야 임영웅 콘서트 티켓팅을 앞두고는 시니어를 부모님으로 둔 10-30대가 움직이며 연일 전석 매진을 이어갔다. 암표 2장 가격이 555만원까지 치솟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 티켓파워를 자랑했다. 콘서트가 끝난 올림픽공원 콘서트장 인근 지하철역에서는 하늘색 HERO 티셔츠로 가득했다고.



국내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5060세대들은 사실상 현재 한국에서 가장 자산이 많은 연령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이들은 소비 생활과 여가 생활을 즐기고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나이가 드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소외됨을 방치하는 점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지양되어야 한다. 나이가 드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결국 찾아오는 것이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함은 물론, 이를 위한 사회 인프라 구축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