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칼럼]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의식을 촉구한다

한국재난뉴스 2023. 10. 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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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때 시작된 대학설립준칙주의로 대학 설립이 자유로워지면서 많은 대학이 새롭게 설립되었고 대학 입학정원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불과 몇 십 년을 내다보지 못한 이 정책은 곧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정원 미충원 사태를 불러오게 되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은 대학 내부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부실한 법인, 부실한 교육환경, 시대에 뒤떨어진 교육과정과 방법 등 대학 내부의 문제로 그 대학에 대한 평판이 떨어지고 수험생이 선택하지 않아 미충원이 발생한다. 그러나 정원 미충원은 그 대학이 부실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감소하는 입학정원에 대응하여 대학 정원을 미리 조절하지 못한 정부에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대학은 크게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으로 나누어진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국립대학이 중심이다. 미국과 일본도 사립대학이 있지만 우리나라만큼 그 비중이 크지는 않다.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사립대학 의존도가 매우 높은 셈이다. 이는 해방 이후 대학교육의 기초를 만들 때 국가 재정이 빈약하여 국립대학을 많이 만들지 못하고 사립대학 설립을 권장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사립대학은 설립자의 사유재산 취급을 하여 국가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고 사립대학이 자체적으로 재정 부담을 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국립대학에 비해 훨씬 더 비싼 등록금이 책정되었을 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정원을 증원하였다.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의 방치가 오늘날 사립대학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립대학 위기의 본질은 사립대학 재정의 위기이다. 사립 중고등학교에는 교부금이라고 하여 학교 운영비를 국가가 지원하지만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교부금 지원이 없다. 정부는 정부 시책에 맞추어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재정 지원 사업을 벌인다. 정부 시책은 정권에 따라 속절없이 변화되며 따라서 대학은 재정지원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방향성 없이 휘둘린다. 결국 대학은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며 교육의 질도 함께 하락하고 있다.



사립대학이 재정을 확충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등록금이다. 그러나 역대 정부는 교육비 부담을 줄인다면서 등록금을 사실상 강제적으로 동결하였다. 입학자원 감소에 발맞추어 정원도 감축하다보니 사립대학의 재정은 그야말로 악화일로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사립대학의 재정 위기를 외면하고 있다. 사유재산인 사립대학에 국고를 교부금으로 줄 수는 없다는 입장만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계 대학은 퇴출되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학 설립자는 캠퍼스 부지를 사유재산이라고 생각하여 대학이 폐쇄되면 부동산 처분을 하고자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폐쇄된 대학의 자산은 공익 단체에 귀속시키도록 되어 있다. 설립자는 대학을 폐쇄하면 아무 보상 없이 ‘사유재산’을 빼앗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한계상황에 이르러도 자발적인 폐교는 하지 않는다. 국회는 대학 퇴출과 관련하여 현실성 있는 법 제정에 관심조차 없다.



사립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계 대학이 스스로 폐교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제정하거나 정비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립대학이 재정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등록금 자율화를 비롯한 자구책과 교부금 지원 같은 지원책을 함께 마련하여야 한다. 교육은 공공재이며 사립대학 역시 공공재이다. 건국 초기 고등교육 기관을 마련할 길이 없었던 국가가 사립대학에 의존하여 고등교육의 기틀을 마련하였다면 이제는 사립대학의 위기 극복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