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한가위만 같아라

한국재난뉴스 2023. 9. 2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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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우리 말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다. 한가위는 추석을 의미하니 그만큼 추석은 좋은 명절이라는 뜻이다. 한가위란 말은 이미 그 자체가 좋은 날이라는 뜻을 의미다. ‘한’은 ‘큰’을 의미하며 ‘가위’는 ‘가운데’를 의미하는 말이니 한가위는 ‘한 가운데’ 또는 ‘제일 큰 가운데’라는 뜻이다. 가운데는 가장 안전한 곳이다. 한가위는 가을의 가운데, 그리고 8월의 가운데라는 의미이니 한가위란 말 자체가 이미 좋은 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가위는 계절적으로 가장 좋은 날이다. 여름의 무더위도 가시고 아직 겨울의 추위도 오기 전이다. 아침 저녁으로는 시원한 공기를 느낄 수 있고 대낮에 야외활동을 해도 땀이 나지 않는다. 여름의 푸른 빛이 남아 있고 가을의 갈색 빛이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며 큰 자연재해가 일어나지도 않는다.



한가위는 모든 것이 풍족하다. 햇곡식과 햇과일이 나오는 시기이니 먹을 것도 풍족하다. 전통사회에서 농사는 조상의 음덕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햇곡식이 나오는 한가위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산소를 찾아 성묘도 하였다. 한가위는 조상의 덕도 가장 크게 느껴지는 날이다.



한가위는 흩어져 살고 있던 친족들이 고향에 모이는 날이기도 하다. 오랜만에 만난 친족은 좋은 소식을 전하기도 하고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여 사람 사이의 정이 가장 풍족한 날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한가위는 모든 면에서 만족할 만한 날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을 하였다.



이 말에는 지혜도 담겨 있다. 한가위보다 부족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한가위 보다 넘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부족한 것보다 더 못하다는 지혜가 이 말 속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지나치게 좋으면 나태해지기 쉽고 먹을 것이 지나치게 많으면 교만해지기 쉽고 사람들 사이에 정이 지나치면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그래서 한가위에 각자가 누리는 조건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한가위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만하니 더 큰 욕심을 내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리 선조들의 마음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이 말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더도 말고’의 정신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인간의 욕망은 끝을 모르고 달려가고 있다. 더 많은 경제적 부, 더 많은 권력을 지향하며 쉼 없이 분투하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다. 자신의 성공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따위는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다른 한 편에는 한가위가 되어도 ‘덜도 말고’를 말 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도 무수히 많다. 더 나빠질 것이 없어 덜어낼 어떤 여유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한가위가 되어도 고향을 방문하거나 조상을 찾아 볼 수 없다. 삶을 비관하여 극단적 선택을 한다든가 찾아올 사람도 만날 사람도 하나 없이 외롭게 한가위를 보내는 이웃들도 있다. 한가위는 모든 사람에게 풍족함을 주는 명절이 아니라 한가위에도 차이와 차별이 있는 것이다.



금년 한가위는 함께 풍족해지는 명절이 되길 소망한다. 모두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를 외칠 수 있도록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