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기고] 전기화재 예방정책의 주무 부처가 어딘가
한국재난뉴스
2023. 8. 1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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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기화재가 부쩍 늘고 있다. 8월 9일 오전 강원 원주시 소재 상지대학교 전통산업진흥센터 도자기 공방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8월 11일 오후 서귀포 한 음식점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데 이어, 같은 날 울산시 북구 2층짜리 피시방 건물에서도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모두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소방청의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통계에서 최근 2년간(23.8.11. 기준)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건수가 21,326건이고, 인명피해는 사망 90명, 부상자 769명으로 총 859명이고, 재산 피해는 3,678억 원에 이른다. 이 정도의 피해는 거의 국가재난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 화성시가 화재 발생을 줄이기 위해 맞춤형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경기도 화성은 각종 기업체 2만 7천여 개가 밀집해 있어 공장 수만큼이나 많은 화재가 발생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은 최근 3년간 480여 건의 공장화재가 발생했는데 대부분 소규모 영세공장에서 전기적 요인이 가장 많았다고 전해진다.
화성시는 공장화재 대부분이 전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전국 지자체 최초로 2022년부터 공장화재 저감 대책을 추진하여 화재 예방 성과를 톡톡히 달성하여 앞으로도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개 지자체의 적극적인 화재 예방정책으로 지역 영세공장은 큰 선물을 받은 셈이다. 화성시가 지역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똑똑한 정책은 시민에게 박수 받아야 할 일이고 모든 지자체가 본받아야 할 정책이다.
그런데, 필자는 뭔가 개운치 않다. 그동안 전기적 요인에 대한 화재는 사회재난 수준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없었다는 점, 전기화재 예방정책의 주무 부처가 어디인지 헷갈리는 점, 맞춤형 지원을 못 받는 기업이나 상가에 대한 전기화재는 어찌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 등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슈를 분석해 보면, 첫째, 재난 및 안전 관리기본법(제3조)에서 재난은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말한다. 사회재난은 화재, 붕괴, 폭발, 교통사고, 화생방사고, 환경오염사고 그밖에 이와 유사한 사고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를 말한다. 전기안전 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2021(5년간)의 전기화재가 전체 41,817건으로 사망 238명이고, 부상 1,525명이다. 재산피해액은 1조 1,600억 원을 넘는다. 당연히 화재의 80%를 차지하는 전기화재는 사회재난에 해당한다. 전기화재에 관한 재난 예방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둘째, 안전관리정책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재난안전관리본부는 안전정책실에 안전관리정책관(재난안전데이터과) 및 예방안전정책관(재난안전산업과)을 두고 있으며, 여기에 전기안전에 관한 중요 업무가 포함돼 있다. 또 산자부 에너지정책실의 수소경제정책관(에너지안전과)에서도 전기안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2개 부처 모두 새 정부 업무보고나 2023년 업무보고에서 사회재난의 대표 격인 전기화재(안전)에 관한 내용이 없다. 전기안전 담당실/국장은 세밀히 챙겨야 할 대목이다.
셋째, 전기화재 예방은 지자체의 지역 맞춤형 지원을 넘어 모든 기업, 상가, 주택 등에도 시행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예방정책이 필요하다. 전국 단위로 확산할 수 있는 기술적 제도적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 기술적 대책은 아크차단기와 같은 검증된 제품이 이미 출시되고 있어 다행이다. 화재를 감지하지 못하는 누전차단기를 아크차단기로 교체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한국전기안전공사와 대한전기협회는 전기화재 예방 및 대응 정책의 주무 부처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전기화재의 점유율을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매우 높다. 2021년 기준 한국은 22.7%인데, 일본 19.4%, 대만 13.4%이다. 또한 2019년 기준 한국은 23.6%인데, 미국은 12.7%에 불과하다. 특히 대만의 경우, 2016년까지 32.8%로 높게 유지되다가 2017년부터 11.3%로 급감하였다. 대만 정부에서 전기시설의 안전기준을 높이고 안전성 검사를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화재 예방을 위하여 전기안전 정책들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은 거시적인 안목에서 매우 중요하다. 산자부 수소경제정책관에서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수소경제 산업업무를 핑계로 에너지안전과 업무가 소외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전기안전공사와 대한전기협회는 산자부를 중심으로 행정안전부, 지자체 등과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넓히고 전기안전 시스템 고도화 및 전기안전 기술 표준화, 해외 전기안전 기술 수출 등에 증진하면 좋겠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