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재난
[문화인류학으로 읽는 세상만사] 재난이 된 잼버리
한국재난뉴스
2023. 8. 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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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난뉴스 객원 칼럼니스트
전주대학교 교수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스카우트연맹의 잼버리가 준비 부족과 폭염으로 가히 재난 수준의 결말을 맞이하고 있다. 마침 태풍의 내습으로 대회 참가자들이 새만금을 떠나 서울을 비롯한 전국으로 분산 배치되고 있어 새만금 잼버리는 실질적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1988년 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적인 행사가 대부분 성공적으로 진행된 것에 비하면 이번 잼버리는 우리의 예상을 넘어서는 참극이 되고 말았다.
스카우트 운동은 보어전쟁에 참전하였던 영국의 포웰 대령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찰병 훈련을 시킨 것이 그 기원이다. 상당기간 동안 스카우트는 자기 몸을 숨기는 방법, 악조건에서 생존하는 방법, 들키지 않고 적을 정찰하는 방법 등 군사적인 훈련을 지향하였다. 스카우트의 구호가 ‘준비(Be Prepared)’인 것도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소년 정찰병 훈련이었던 스카우트 활동은 세계 1, 2차 대전을 거치면서 평화적인 야외활동으로 그 성격이 변화되었으며 전 세계로 스카우트 운동이 확산되었고, 지금은 스카우트 운동의 성격이 청소년의 정신적, 육체적 수련 활동으로 정착되었다.
세계 잼버리 스카우트대회는 1920년에 처음 개최되었으며 4년마다 열리고 있다. 이 대회에서는 세계의 스카우트들이 모여 다양한 활동과 국제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청소년이 모이는 만큼 다양한 문화적 교류를 하며 참가자들 사이에 친선을 도모하고 국제적인 평화와 협력을 지향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청소년이 모인 새만금 잼버리 대회는 대회 장소를 이탈하는 국가가 나와 이런 취지가 무색해질 정도로 엉망이 되고 말았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국제대회를 자국의 이해만 앞세워 추진한 데 있다. 잼버리 행사장을 굳이 새만금으로 한 것은 국제적으로 새만금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새만금은 전북을 넘어서서 우리나라의 아픈 손가락이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새만금 사업이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제시되고 전라북도 도민들은 새만금을 지역 발전의 만병통치약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약 34km의 방조제가 만들어져 여의도의 104배에 해당하는 육지가 만들어졌지만 방조제 건설에만 20년 세월이 걸렸고 이후 부지 조성에 다시 10년의 세월이 더 걸렸다. 1991년에 착공한 새만금은 아직도 허허벌판이다. 처음에는 용도가 농경지였지만 이후 산업용지로, 관광 용지로, 문재인 정부 때는 태양광 단지로, 윤석열 정부에는 2차전지 산업단지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새만금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만 민간의 참여는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새만금 잼버리는 새만금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그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다분히 개입되었다. 세계 청소년들이 교류하고 수련하기 위한 장소로 적합한지에 대한 검토는 아예 없었다. 3년 전에도 나무 한 그루 없는 매립지인 새만금에서 국제행사를 하는 것은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추가적인 준비도 장소 변경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폭염과 높은 습도, 부실한 배수시설 등으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 충분히 예상되었음에도 새만금에서 행사를 강행한 것은 잼버리가 목적이 아니라 새만금이 목적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새만금 잼버리가 엉망이 된 두 번째 원인은 운영 주체의 혼선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잼버리 유치를 추진하여 문재인 정부에서 유치에 성공,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준비를 하였으며 윤석열 정부에서 대회를 진행함으로써 새만금 잼버리는 세 정권과 연관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전주 출신 국회의원인 김윤덕 국회의원과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았으나 행사를 5개월 앞두고 행정안전부 장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그리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공동조직위원장으로 선임되어 공동조직위원장이 5명이나 되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누구도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조직 구성이 된 것이다. 결국 대회가 엉망이 된 뒤 대통령이 나서서 수습을 해야 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국제행사는 개최국의 위상을 높이는 기능이 있지만 행사 참여자들을 돕고 지원하는 성격도 있다. 자국의 이해에만 매몰되어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또 많은 비용을 들여 화려하게 행사를 치르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행사 참가자들을 실질적으로 돕고 지원하는 내실 있는 국제행사를 치러야 한다. 그것이 국격이다.
원본:https://www.hj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101